◎‘대쪽’ 이미지로 정치적 성장/3공때 야 의원 구속영장 기각 등 “소신판결 40년”사법부의 수장이 되고자 했던 「대쪽」판사가 집권여당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가 됐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대권을 향한 대장정은 지난해 4·11총선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문민정부에서 총리에 기용됐던 이후보는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빌미가 돼 94년 4월 총리직을 물러났으나 신한국당은 4·11총선을 앞두고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청와대 등 여권 일부에서는 당시 『정치적 조정능력이 부족하다』 『조직을 저버리고 인기관리만 한다』며 그를 폄하하기도 했지만 결국 여당은 그에게 총선의 총지휘자인 선대위의장을 맡겼다. 그는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 사실상 여당의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대선후보 등극」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것이 이후보의 「마지막 외도」였지만 그는 이미 88년 7월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으면서 사법부로부터의 첫번째 외도를 했다. 이후보는 89년 4월 동해시 보궐선거때 모든 후보와 사무장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해 8월 영등포 을구 보궐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통일민주당이 자신을 비난하자 당시 김영삼 총재에게 경고서한을 보냄으로써 YS와 예기치 않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후보는 그러나 검찰이 선관위의 고발을 외면하자 사표를 던져 「대쪽」을 과시했다.
그는 93년초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이번에는 법복을 벗고 감사원장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외도를 했다. 이때부터 이후보는 예의「대쪽」이미지로 정치적 성장을 시작, 김대통령과 「긴장관계」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정치인이 되면서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그의 타고난 「대쪽」성격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부친 이홍규(92)옹은 서울대 법대 전신인 경성법전출신으로 검찰청 사무원으로 일하다 해방후 광주지검 검사로 특임돼 20년간 검사로 봉직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시절 이대통령과 친한 충북지사를 구호물자 횡령으로 구속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강직한 면모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후보가 「소신있는」 법관으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지난 57년. 이후보는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57년 고시 사법과 8회에 합격,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된 법조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사건기록검토와 법률연구에 열성을 보인 학구파 판사였다고 평가된다. 판결에 있어서는 원칙에 충실한 소신, 생활에 있어서는 청렴이 배어 있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3공때 중앙정보부가 요구한 야당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5·16쿠데타 직후에는 혁명재판소 심판관으로 차출됐는데 「민족일보사건」을 맡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냈다가 『당신같은 사람때문에 혁명을 해야한다』는 상사의 말을 듣고 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후보의 대쪽 이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다른 시각도 없지 않다. 이후보는 김재규사건 상고심에서 신군부의 뜻에 이의를 제기한 대법원 판사들이 무더기로 교체된 81년 4월 3공화국이후 최연소인 46세의 나이로 대법원판사에 임용됐다. 이를 두고 최근 정가에는 당시 청와대에 있던 모씨가 천거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어린시절 이후보는 여기저기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보기드문 지역연고를 쌓았다. 이후보는 광주 서석초등학교에 입학, 5학년때 월반해 광주서중학교로 진학했다. 이어 청주중학교로 전학했다가 2학년때 경기중학교로 편입한 뒤 경기고를 졸업했다. 이후보의 「경기고인맥」은 이때부터 형성됐다. 이후보가 태어난 곳은 황해도 서흥. 이후보는 35년 6월2일(양력) 이곳에서 부친 이옹과 어머니 김사순(86)씨의 4남1녀중 2남으로 태어났다. 서흥은 당시 부친의 근무지였고, 선영이 있는 고향은 이후보가 연고지로 주장하고 있는 충남예산이다. 어머니 김사순씨는 외삼촌 3명이 모두 국회의원을 지낸 전남담양의 알아주는 천석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후보는 역시 유력한 가문인 한성수(작고) 전 대법원판사의 딸 한인옥(59)씨를 부인으로 맞아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장남인 정연(34)씨는 국제경제학석사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차남 수연(31)씨는 도미유학중이다. 장녀 연희(34)씨는 검사인 최명석(36)씨와 결혼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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