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축제극단 무천 ‘오이디푸스 3부작’ 대장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축제극단 무천 ‘오이디푸스 3부작’ 대장정

입력
1997.07.22 00:00
0 0

◎“우리는 죽산으로 떠났다”/땀으로 일군 작은 공동체/20명이 숙식 함께하며 연습/한여름밤의 야외공연 연극의 본질을 찾는다축제의 마당을 일구는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경기 안성의 죽산에서 그들은 땀을 흘리며 야외극장의 터를 닦고 있다. 극단의 대표이자 연출가 김아라는 8월1일 여기서 「오이디푸스 3부작」의 대장정을 떠난다. 단체이름도 「극단 무천」에서 「축제극단 무천」으로 바꾸고 단원과 숙식을 함께 하며 작은 공동체를 만들었다. 원형극장은 산기슭 1,500평 터에 들어선다. 고대 아테네에서 3편씩 비극경연을 벌인 디오니소스축제를 꿈꾸는 것일까.

2년전 김아라가 공부방 삼아 지어놓은 작은 흙집에 먼저 이사했다. 올초 연습실 등 서울살림을 깨끗이 정리하고 3월 단원과 캠프를 시작했다. 6월말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고 지난주 내한한 외국인출연자를 포함해 20명가량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숙소는 연습실과 흙집, 만집(짓다 만 집이라는 뜻)과 민박농가 등이다. 직접 심은 상추 열무 가지 호박으로 밥상을 차리고 용설리저수지를 돌며 몸을 다듬었다. 연습실로 빌린 마을회관에선 깊은 밤까지 장구소리와 태껸의 구령이 흘러넘친다. 먹고 마시고 숨쉬고, 그리고 연극을 한다.

「오이디푸스」 3부작은 고대아테네의 비극시인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일가에 대해 쓴 「오이디푸스왕」 「콜로누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가리킨다. 한 연출가가 3편을 공연하는 것은 흔치 않다. 1부는 「임꺽정」의 정흥채(오이디푸스왕), 남명렬(이오카스테), 정낙경(라이오스) 등 9명이 소리와 몸짓을 총체화한 유희를 벌인다. 2부는 헨릭 제스퍼슨, 유코 생가, 그레이스 윤, 코 데 레, 토니 브룩스, 김창수 등 6개국 아티스트들이 오부카노, 워터폰, 미디베이스 등 희귀한 악기와 다른 뿌리의 음악을 이용, 소리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무대 위엔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비극이 한여름밤을 수놓을 테지만 무대 밖에서 충격을 주는 것은 시류를 거부하고 공동체적 삶으로 회귀하는, 축제를 만드는 이들이다. 김아라는 서울의 아파트와 죽산 축제의 터를 맞바꿔버렸다. 『12월엔 용설리저수지 빙판 위에서 설치미술전을, 내년 5월엔 어린이축제를, 8월엔 저수지에 뗏목을 띄워 「리어왕」공연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아라는 『연극의 원형, 연극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업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이디푸스」 1, 2부는 8월1∼10일 하오 8시 죽산의 용설리저수지 옆 야외극장 M-캠프시어터에서 열린다. 공연기간 중 김창수와 그룹 스티브 허백 퍼큐션 등 국내외 음악가들의 콘서트와 전시회가 함께 마련된다. 서울관객을 위해 공연이 끝난 후 남부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민박도 알선한다. 3부 「안티고네」는 10월 시립극단에서 김아라 연출로 공연된다. (0334)675―9472<죽산=김희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