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로 바다가 한결 그리워지는 때이다. 바다를 무대로 하는 우리 문학 중에는 「로빈슨 크루소」와 비견될 만큼 모험과 낭만에 찬 기행문이 있다. 제주선비 장한철(1744∼?)이 과거길에 올랐다가 태풍을 만나 표류한 내용의 「표해록」이 그것. 29명을 태운 배가 왜구와 만나고 안남(지금 베트남)상선에 구조되는 등 파란만장한 체험을 한다. ◆왜구와의 조우장면은 최근 우리 선원들이 일본 해상보안청 직원한테 당한 가혹행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길고 검은 옷을 입었으나 아랫바지는 벗었고 허리에는 장검과 단검을 꽂은 왜구 10여명이 무인도에 발묶여 있는 이들에게 달려든다. 그들은 물건을 모조리 뒤져 빼앗고 모두 옷을 벗긴 뒤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두고 떠난다. ◆장한철은 <아아, 왜노는 원수다. 마땅히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다> 라고 적고 있다. 그는 또한번 조난을 당하지만 아름다운 여인과 인연을 맺고 생존자 8명과 함께 표류를 끝내는, 꿈같은 실화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근래까지 해양산업은 별로 발달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꿈과 진취적 기상을 심어주는 해양문학도 꼽을만한 것이 별로 없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진작가 천승세가 제주에 머물면서 알래스카까지 조업에 나서는 원양어선 선원들의 역동적 삶을 그리는 소설 「빙등」을 집필중이고, 재일교포 작가 김중명도 신라시대의 해운가 장보고의 일대기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새로운 해양문학을 기대해 본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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