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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하지만 너무 큰 시행착오/여 경선 23일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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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하지만 너무 큰 시행착오/여 경선 23일이 남긴 것

입력
1997.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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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공약 남발·후보비방 괴문서·돈살포 폭탄선언·지역감정 자극 등/선거악습 모조리 되풀이집권여당 초유의 완전 자유경선이란 깃발을 내걸고 출범했던 신한국당 후보 경선호가 3주간의 긴 여정끝에 21일 정박지에 닿는다. 경선호가 전당대회항에 닻을 내린다는 사실 자체를 다행스러워 해야할 만큼 지난 3주는 격랑과 파란의 연속이었다.

경선호는 이회창 후보대 반이회창 후보 진영의 대표직 사퇴공방으로 출발단계에서부터 엔진소리가 시원찮았다. 삐걱거리는 경선호 선상에서 벌어진 이후보의 대표직 사퇴, 이만섭 고문의 대표서리 임명,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활동 중단은 김심이란 철지난 소재로 만든 경선 드라마의 맛보기 편이자 항로진입을 앞두고 벌어진 작은 다툼거리에 불과했다.

5일부터 시작된 합동연설회는 우리정치의 적나라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경선호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원색비난전이 난무했고 박수부대 동원의 구태가 되풀이 됐다. 연호와 폭죽,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뒤엉킨 탈법 경연장에서 후보들은 시도지사 선거를 방불케 하는 장밋빛 공약을 남발했다. 대부분의 후보는 지역에 따라 말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했다. 역사의 그늘에 묻혔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독재까지 찬양되는가 하면,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의원들의 정서와 후보들의 입맛에 따라 평가가 왔다갔다 했다.

입으로는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을 역설하면서 사돈의 팔촌까지 팔아 지역연고권을 강조했고, 지역감정 자극을 통해 표 끌어모으기를 시도했다.

그나마 항로를 찾아가던 경선호는 흑색선전 시비의 암초에 걸려 표류 위기를 맞았다. 이수성 후보의 가계 비난 괴문서가 의원회관과 언론사 주변에 나돌면서 촉발된 후보진영간의 흑색 진흙탕 싸움은 승자도 패자도 가리지 못한 채 관련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인제 후보의 약점 등을 거론한 괴문서도 막판 혼탁상을 부채질했다.

무엇보다도 이회창 후보측이 위원장 포섭을 위해 거액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박찬종 후보의 폭탄 주장은 경선 항로에 던져진 다탄두 기뢰였다. 설명과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럽게 진행됐던 박후보의 금품살포 주장은 경선증발론과 경선무용론까지 불러 일으키며 경선호를 태풍권 한가운데로 밀어넣었다. 이 와중에 회유와 협박, 향응제공, 음모설과 결탁설이 난무했다. 지지자수 부풀리기, 세몰이와 세과시, 줄세우기는 경선기간 내내 간단없이 제기된 불공정 경선시비의 주 메뉴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위원장들이 3∼4개 진영에 적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권당 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인만큼 그만한 시행착오는 겪어야 했다는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초라는 획 하나를 긋기 위해 신한국당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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