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위신과 체면을 좀 세워야겠다. 최근 발표된 각종 국제적 조사결과나 정보에 우리나라를 3류국쯤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많아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불쾌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홍콩의 한 여론조사기관은 6월에 한국 언론보도의 질을 아시아 11개국중 10위라고 평가했다. 서울대의 수준이 아시아 14개국 50개 대학 중에서 16위라는 조사도 있었다. 삶의 질이나 물가에 관한 조사는 「한국은 살기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를 계속 심어주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공식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한국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일색인 사실도 밝혀졌다.
한 번 심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다. 고래 불법거래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우리나라는 미국기관에 의뢰, 국내시판되는 고래고기샘플의 유전자 분석까지 실시해야 했다. 부정적 평가가 겹칠수록 국제사회에서의 공신력과 신인도는 떨어져간다. 최근 미국이 현지에 진출하려는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전례없이 한국정부의 보증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소식은 우리 기업의 대외 운신을 그만큼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들추어내는 외국인들의 평가는 상당부분 진실인 것도 사실이다. 맞는 지적은 귀담아들어 고쳐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객관성이 결여되고 부정적인 측면이 과장됐거나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 분명한 정보에 대한 사전·사후대책이다.
정부는 94년 11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대외홍보협의회를 설치하고 95년 12월 인터넷 웹사이트에 「코리아 윈도」를 개설했으나 국가홍보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정부기관의 인터넷은 3, 4개월 전의 행사나 국무위원 동정을 최신자료로 올릴 만큼 굼뜨고 부실하다. 19개 중앙부처와 10개 지자체에 대한 최근의 감사원감사에서도 이런 부실이 예산을 낭비하고 정부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됐다. 각국 교과서의 한국부분 오류에 관한 시정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된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을 홍보하는 사람은 선동렬 박찬호 박세리와 같은 스포츠스타들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선의 홍보는 나라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국력을 배양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잘못된 「한국 평가절하」부터 막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국가홍보에서는 맞는 사실이더라도 부정적인 것은 유포되지 않게 해야 할 측면이 있다. 「검은 돈의 본거지」로 알려진 스위스는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근 미국의 광고회사들과 계약, 미국언론과 의회를 대상으로 집중홍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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