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주변 가게마다 불법오락기 즐비/성인도박 모방 사행심 조장동심을 좀먹는 사행성 오락기구가 판친다.
초등학교 주변 문방구점이나 가게마다 슬롯머신부터 블랙잭에 이르기까지 성인용 도박을 본뜬 온갖 종류의 불법 오락기기들이 설치돼 교육환경을 해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도관청인 각 구청은 사행성 여부를 가리기 힘들고 상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단속을 기피하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주변 문방구점 등에서 가장 흔히 눈에 띄는 것은 일명 「뽑기」로도 불리는 「미니 빠찡꼬」. 어린이들이 1백원짜리 동전을 투입구에 넣어 종이에 찍혀 나오는 사탕 로봇 등의 상품을 타거나 성인용 슬롯머신처럼 쏟아져 나오는 주화를 일정량 모아 학용품이나 조잡한 장난감으로 바꿔 받도록 돼 있다.
14일 하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모초등학교 길목의 한 문방구점에도 수업을 끝낸 초등학생 10여명이 서로 머리를 디밀며 이 오락기를 조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학교 2학년 김모(8)군은 『우리 반 친구는 1백원을 넣고 단번에 8천원짜리 배드민턴라켓을 벌었다』며 『그런데 나는 벌써 1천원이나 넣었는데도 겨우 사탕 10개밖에 안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미니 빠찡꼬는 그림이나 게임방식에 따라 10여종에 이르는데 드래곤그림 24종, 슈퍼울트라그림 12종 등을 모두 모으면 전자게임기 등을 준다고 선전하기도 한다. 이밖에 2백∼5백원씩을 넣은 뒤 테트리스 벽돌쌓기 블랙잭(카드게임) 등 게임을 해 전자게임기 등을 타는 오락기들도 성행한다.
주부 김모(39·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용돈을 주는 대로 뽑기를 하는데 다 써버리는 바람에 문방구점을 찾아가 항의했다』며 『아이들이 너나 없이 도박이나 다름없는 게임을 하는 것을 빤히 보면서 학교나 당국은 뭘 하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현금을 받는 「가위 바위 보」 게임기도 버젓이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 운영된다. 10원을 넣어 운이 좋으면 당장 2천원까지 받아갈 수 있어 어린이들의 사행심을 극도로 조장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K문방구점 주인 김모(37·여)씨는 『대개 이들 게임기 대여업자가 이익의 60%를, 문방구점 등의 운영자가 나머지를 갖는 식』이라며 『일부 문방구점은 외상장부까지 만들어 놓고 어린이들에게 돈을 빌려줘 가며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구청 공중위생과 담당직원은 『사행성 오락기가 독버섯처럼 유행하고 있는 건 알지만 대부분 영세 문방구점이라 단속하기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D경찰서 소년계 K(41) 경장은 『3년전 일제단속을 벌인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서울경찰청에서 별다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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