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단의 개방흐름을 살짝 엿보자/전통과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공통분모/현대미술 1세대 작가 10명의 근작 선봬80년대 개방의 물결은 중국화단에도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로 일관했던 전통에 반기를 든 일단의 화가들이 등장, 세계화단의 틈새를 비집고 중국미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경주 선재미술관(0561―745―7075)이 10월10일까지 열고 있는 「중국현대미술의 단면」전은 아직은 낯선 중국미술의 흐름과 만나는 자리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황용핑(황용평), 차이궈창(채국강), 구원다(곡문달), 천전(진잠), 중국에 거주하는 쉬빙(서빙), 딩이(정을), 펑멍보(풍몽파), 양지에창(양걸창), 이안페이밍(엄배명) 등 중국현대미술 1세대 작가 10명의 근작이 출품됐다.
설치작업을 주로 하는 황용핑, 구원다, 쉬빙 등은 80년대 아방가르드운동의 기수. 황용핑은 94년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미술관에 「세상극장」을 출품했다. 그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큰 통 속에 뱀 거북이 메뚜기 등을 넣어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성당을 다시 건축해야만 합니까」라는 작품은 요셉 보이스 등 서구 대가들의 전시회 팸플릿을 세탁기로 돌려 뭉갠 종이뭉치를 세미나 의자에 올려놓고 서구의 현대미술을 조롱한다.
구원다는 「국제연합, 1993―2000」에서 여러 인종의 머리카락을 섞은 설치작품을 선보여 인종과 생명의 문제를 다뤘다. 60명의 여성이 한달동안 사용한 생리대와 탐폰을 작품으로 재구성, 생명과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천개의 자연스런 죽음」은 큰 논쟁을 일으켰다. 쉬빙은 대표작 「천상의 책」에서 4,000자의 변형된 한자로 만든 책과 두루마리를 선보여 한자로 대표되는 중국문화의 해체를 시도했다.
펑멍보는 가족사진을 CD롬으로 제작한 「나의 개인앨범」에서 전통적인 가치의 의미를 소박하게 전달하고 있다. 화폭에 먹칠을 반복해서 그리는 양지에창, 무의미한 십자모양을 반복하는 딩이, 인간의 두상만을 고집하는 이안페이밍은 작업과정을 화두탐구로 여기는 중국회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 표현방식과 내용이 서로 다른 이들의 공통분모는 「중국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 전통과의 팽팽한 긴장 관계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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