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풀밭에 누워 해바라기를 한다. 영국의 하이드파크를 연사흘 찾은 후에야 나도 그들처럼 편안히 누울 수 있었다. 작가 마광수, 장정일이 가차없이 구속됐지만 여전히 성폭행범죄 세계 3위국에서 살아온 무서움증의 위력은 대단했다. DJ니 JP니 또다른 박정희까지 날마다 지면이 모자라도록 장밋빛 청사진을 들이미는데 우리네 표정은 왜 여전히 흐린 날씨이고, 영국인들은 「행복에 겨워 죽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것일까.삶의 질을 「요만큼」 높여주려는 책들이 부럽도록 빼곡한 서점의 요리책·집단장 코너에서 심심찮게 만나는 남자들. 사랑의 손맛으로 버무릴 「함께의 요리」비법을 찾느라 볼까지 빨갛게 상기돼 있다. 밤의 문화용품을 밝은 대낮에 당당히 팔고 있는 건강한 나라의 건강한 젊은 커플 표정에도 그늘은 없다.
눈가는 곳마다 꽃바구니 물결을 만나는 영국. 2억원을 꿀꺽 삼키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2억원으로 온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런던시장도 있다.
사랑의 눈맞춤을 부추기는 한여름밤 야외공연이 잇따르는 문화선진국들. 저마다의 타고난 개성과 색깔로 내가 세상에 있고, 내가 세상의 주인임을 거침없이 증명하는 거리의 풍경.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 끌어들이려는 행복한 노력. 어디고 「남보라고」 사는 듯한 모습은 없다. 스스로를 한없이 귀하게 여기고, 인생을 100% 완전연소시키며 사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오늘도 지긋지긋한 1, 2, 3면과 9시 땡! 뉴스에서 참으로 불치병인 우리의 납작한 문화적 가슴을 확인하며 낮은 한숨을 내쉰다. 군사문화가 시작되기 전 김구 선생은 이미 대다보았다. 『내가 오직 갖고 싶은 것은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 뿐』이라고.
젊은이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올 방학, 뒤도 돌아보지 말고 드넓은 세상 한가운데로 뛰쳐나가보라고. 아는만큼 보고, 보는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행동한다 그랬다. 21세기, 멋진 신세계를 펼쳐보일 멋진 신세대에게 기대를 건다.<베스트셀러출판사 대표>베스트셀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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