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진 포격전은 우발사건이 아닌 북측의 고의적 도발로 간주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북의 이같은 군사도발행위에 대해 우리측은 엄중한 경고와 함께 재발방지에 대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합참 발표에 따르면 이날 날씨가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을 이용해 북한군 14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 아군은 이를 발견하고 여러 차례 돌아가라고 경고방송했으나 듣지 않고 분계선 남쪽 70m까지 침범했다. 아군이 공중으로 200여발의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군은 즉각 전방초소(GP)에서 아군초소를 향해 소총과 기관총 80여발을 조준사격하고 곡사포까지 10여발을 발사했다.
아군도 기관총 70여발과 대전차포 1발을 응사했다. 상황은 약 1시간 만에 끝났고 아군 인명피해는 없었다. 북한측은 초소에 앰뷸런스 1대가 긴급출동하는 것이 목격된 것으로 발표됐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북측이 의도적 월경에 곡사포까지 동원, 도발해 왔다는 점에 있다. 92년 중부전선에서 북한군이 아군초소로 기관총 40여발을 발사한 적은 있으나 포격전까지 벌이기는 처음이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달 5일에도 있었다. 북한경비정 1척이 서해 연평도 근해 우리측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출동한 아군 해군함정에 함포사격을 가한 일이다. 당시 우리는 북측 경비정이 어선조업지도와 해상탈출을 감시하기 위해 따라 내려왔다가 발생한 우발사건으로 보고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우가 다르다. 우선 경고방송을 무시한 점, 둘째 경고사격에 조준사격으로 도발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포격전을 시도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자칫 더 큰 사태로 발전할 위험성을 내포한 것으로,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번 함포사격전 때도 우리는 본란에서 바로 이런 사태발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황장엽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북은 남쪽의 도발을 가장해 그것을 빌미로 국지전과 전면전을 병행하는 대거 남침으로 미군이 증강되기 전에 단숨에 부산까지 점령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군사분계선상의 잦은 도발은 단호히 제지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황의 증언에 따르면 북은 남은 것이 군사력밖에 없고, 남침명령은 오직 김정일 한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군사독재체제는 사태를 군사력에 의해 해결하려 하기 쉽다.
우리 군은 이제까지 이같은 사태에 충분히 대비해 왔고 자제해 왔다고 본다. 그러나 북측은 오히려 아군의 도발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의도가 어디있든 간에 그들의 이런 위험한 도발과 억지에는 단호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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