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비잔틴풍 교회와 지중해풍 건물·곳곳 고풍스런 유럽의 흔적들/광둥성수많은 박물관·공원 둘러본후 유명한 광둥요리 먹는 맛 일품/홍콩반환기념 축제·세일 등에 지치면 남쪽 휴양지서 ‘나만의 시간’폭죽은 멎었다. 관광객의 호들갑을 실어 빅토리아만의 밤하늘을 수놓던 화려한 불꽃놀이도, 오성홍기의 펄럭임 아래 고개숙인 마지막 총독의 이슬맺힌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던 세계언론의 법석도 이젠 잠잠해졌다. 유니온 잭이 내려진지 보름째. 설렘과 향수 속에 중화인민공화국의 품에 안긴 동양의 진주,홍콩은 겉으로 보기에 예전과 다름없는 분주한 일상을 되찾았다. 드물게 거리를 지나는 인민해방군을 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다소 상기된 듯 하다는 한 여행객의 인상은 외지인의 작의적인 곁눈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대신 잘 익은 석류 같이 날씬한 빌딩들이 알알이 들어찬 이 작은 도시는 끝없는 경이를 요구하는 세계인에게 거대한 대륙 본토와 연계한 새로운 삼각 모양의 보석을 선물로 준비했다. 「주강삼각주(Pearl River Delta)」. 양자강과 황하에 이어 중국의 3대 강인 주강의 황토빛 물결 남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광둥성(광동성)과 홍콩·마카오를 묶어 독특한 여행코스로 떠오른 이 삼각형 지역은 서양문명과 동양의 신비가 어깨동무한 「한지붕 세가족」의 이색공간이다. 20세기 마지막 식민지라는 운명을 함께 짊어졌던 홍콩과 마카오, 이웃한 연인사이에서 부부로 바뀐 홍콩과 광둥성, 이들이 삼각 팔짱을 끼고 죽의 장막을 걷어내는 새로운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중국 비단을 바다와 육로로 로마까지 실어날랐던 아라비아상인들이 배를 댄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지 주강하구. 홍콩의 현대적 화려함, 광둥성의 대륙적 은밀함, 마카오의 구세기적 우아함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삼각주는 중국대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볼 거리, 먹을 거리, 즐길 거리, 그리고 역사에서 배울 거리까지 다양하다. 홍콩에 이어 99년 12월 마카오까지 중국에 반환되면 진주 2개를 서방열강의 손에 내준 뒤 지리한 시간과의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그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게 된 중화인의 아픔과 인내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금세기 초 중국근대화의 신호탄이었던 신해혁명이 발발한 격동과 수난의 현장도, 마오쩌뚱(모택동) 저우언라이(주은래) 등 중국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주인공들의 주활동 무대도 이곳이다.
이 삼각 보석선물은 마카오부터 그 포장의 모서리를 뜯는 것이 좋다. 마카오하면 선뜻 카지노를 떠올리지만 사실 도박은 이 고풍스런 도시의 맨얼굴이 아니다. 사람들이 내뱉는 광둥어와는 달리 거리곳곳에 세워진 포르투갈어 표지판, 돌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비잔틴풍의 교회와 지중해풍의 우아한 건축물들이 유럽의 흔적을 더듬게 한다. 마카오 전경을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 시중심 언덕 위의 성 바오로성당은 마카오를 대표하는 명소. 비록 건물은 화재로 소실돼 정면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17세기초 이탈리아인 수도사가 설계하고 일본에서 박해를 피해온 교인이 협력해 지어 이탈리아 포르투갈 중국 일본 등 동서양 4개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벽면의 용 조각과 천사의 문양은 아름답고 섬세해 금방이라도 세월의 이끼를 털고 튀어나올듯 하다. 와인의 나라 포르투갈의 포도주 생산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아시아 최초의 와인박물관과 마카오 그랑프리 자동자경주대회 우승자들의 레이싱카와 장비가 전시된 그랑프리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카오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 광둥성 광저우(광주)시로 접어들자 도시는 거리마다 녹음이 우거져 푸르름을 자랑한다. 안으로 한발짝 들어서면 중국의 발버둥을 상징하는 현대식 고층빌딩들이 오랜 역사만큼이나 손때 묻은 볼거리를 기대하는 이방인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다만 이 일대 진씨성을 가진 이들의 자녀교육기관이었던 「진씨서원(진씨서원)」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진귀한 조각품들로 여행객을 달랜다. 군데군데 널린 박물관과 공원을 둘러보다 지치면 식당에 들러 「네발 달린 것은 책상, 나는 것은 비행기를 빼고 다 먹는다」는 광둥요리를 싼 값에 맛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홍콩과 인접한 개방도시 선전(심천)시로 달리다 들판 한가운데 듬성듬성 서있는 고층아파트들이 시야를 어지럽히기 시작하면 「발전」이라는 성장의 빛보다 「흉물스럽다」는 어두운 느낌이 가슴을 짓누른다. 중국 전역의 100여 관광지를 미니어처 모형으로 축소해 한자리에 모아놓은 테마파크인 「금수중화」, 소수민족의 주거촌을 꾸며놓고 민속의상과 춤 생활을 재현한 민속문화촌은 그 구성의 오밀조밀함으로 마치 「중국속 올랜도」같다.
컨테이너 차량행렬의 꼬리를 따라 다시 홍콩. 홍콩섬의 남쪽에는 문명의 불빛을 멀리한 조용하고 아담한 해양휴양지가 있다. 거대한 수족관을 자랑하는 바다를 주제로한 「오션파크」와 해수욕장, 맵시좋은 리조트들이 하루 더 묵고 싶도록 발길을 잡는다. 전원과 도회, 동·서양 풍물이 어우러진 주강삼각주는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니다. 비지땀이 나는 날씨답게 맵디 매운 고추같다.
◎홍콩관광 어떻게 달라졌나/홍콩 14일·마카오 20일 무비자체류 계속 유효/홍콩서 중국 들어가려면 서울서 비자받아야
주강삼각주는 4박5일이나 5박6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으로도 여행이 가능한 다양한 상품이 준비돼 있다. 그 중에서 서울―마카오를 출발, 육로를 따라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을 거쳐 홍콩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홍콩 반환후에도 주강삼각주를 여행하는 데는 달라진 것이 없다. 종전처럼 무비자로 홍콩은 14일, 마카오는 20일 이내 체류가 가능하다. 다만 홍콩과 중국이 한 나라가 되긴 했지만 중국에 들어가려면 서울을 출발하기 전에 미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마카오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중국에서 홍콩으로 나올 때는 중국세관과 홍콩세관 두 곳에서 출·입국심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차에서 짐을 모두 갖고 내렸다 다시 타는 번거로움을 견뎌야한다. 중국측이 홍콩의 자본주의 바이러스가 내륙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풍요의 땅 홍콩으로의 본토인 유입에 대비해 국경선 철책과 엄격한 입국심사 등 각종 울타리를 종전대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광둥성에서도 홍콩달러가 통용되기 때문에 굳이 중국 위안(원)화나 마카오 파타카(pataca)화로 환전할 필요는 없다.
홍콩에선 10월8일까지 반환을 기념하는 「홍콩 100일축제」가 열리고 있다. 뮤지컬과 팝 콘서트, 패션쇼와 미니페스티벌, 요리축제 등 수백가지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 기간동안 백화점은 세일을 하고 식당마다 각종 프로모션을 해 싼 값에 먹고 쇼핑하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여름철엔 날씨가 후텁지근한 것이 흠. 문의 홍콩관광협회(02)778―4403, 마카오관광청(02)778―4402<홍콩·마카오·광저우=김호섭 기자>홍콩·마카오·광저우=김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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