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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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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란 산소와 같은 것」이다. 미국 클린턴행정부 군사정책의 골간을 입안한 조셉 나이 전 국방차관보가 한 말이다. 국민은 평소에 군대의 존재를 잊고 있지만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 보장되는 안전한 환경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자면 군이 산소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얘기도 된다. 군이 국민에게 특별히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신뢰받는 상태까지 가 있어야만 군은 비로소 산소처럼 스스로 의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 때나 쓸데 없이 나서는 군의 시위적 행동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 마련이다. ◆황장엽 기자회견후 국방부가 보인 실태가 바로 그런 예다. 북은 김정일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남침할 준비가 돼 있는데 남쪽은 천하태평이니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황의 메시지였다. 이 내용이 신문마다 대문짝만 하게 보도되자 안보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그냥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가령 「우리 군은 북의 그런 의도를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으며, 사전에 분쇄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황이 가진 정보도 신문과정에서 이미 군이 입수해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라는 정도면 될 것이었다. ◆그런 것을 느닷없이 「총리실 산하에 전쟁대비 점검단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버렸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총리실이 당황한 것은 물론 국민도 어리둥절했다. 결국 15일 국무회의는 「전쟁도발대비 종합점검단」이란 기구를 국방부아래 두고 그 결과를 비상계획위에 보고키로 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군의 자신감 부족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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