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들이 제작·감독하고 출연한 「10대 포르노사건」은 충격적인 일이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논점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선 성교육문제와 복교생대책, 학교의 지도책임문제 등 3가지를 검토해야 하겠다.성교육의 경우 기성세대는 10대의 성을 10대의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는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놀랍다고 하지만 10대는 오히려 놀라는 어른들을 놀라워할 만큼 10대의 성행태에 대해 기성세대는 무지하다. 직업상 10대는 대부분 학생이다. 그러나 성적으로는 실업자 또는 취업금지자들이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충분히 성장했지만 성에 관한 욕구는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미성년자로서 받게 되는 제약을 스스로 이해하면서 스포츠나 건전한 오락·여가활동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기제가 우리는 부족하다.
오히려 독이 든 식품과 다름없는 음란비디오물을 아무 데나 놓아두는 부모, 널려 있는 비디오방, 각종 출판물과 인터넷에 넘치는 성이 성인모방심리와 일탈행동을 조장한다. 문제의 학생들처럼 부모의 별거와 불화가 겹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미 음란비디오를 시청한 학생들이 상당수인 현실에서 낙후된 성교육비디오와 교재는 웃음거리일 뿐이다. 성교육을 정규교과로 채택, 지속적으로 강의하고 금연교실처럼 성교실을 운영하거나 교재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소극적 성교육대책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윤리 확립을 위한 광범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두번째로 점검해야 할 것은 1만여명에 이르는 복교생문제이다. 최근 부각된 학교폭력과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복교생들은 폭력과 성문제에 오염되기 쉬우며 상당수가 교내에서 문제를 전파·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가 전과자들을 냉대·질시하듯 교내에서도 이른바 「복돌이」들은 따돌림당하거나 골칫거리로만 인식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복교조치가 발표됐을 때부터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이 복교생들을 위해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중·고교에 중퇴생 복교거부권을 주기로 한 것은 만각의 조치인 셈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대안학교의 운영을 활성화하면서 복교생들만을 모아 가르치는 제도의 도입여부를 교육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학교의 지도책임문제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장을 직위해제토록 했으나 이 조치가 일선교사들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공교육은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기여를 상실한채 무거운 짐을 혼자 떠맡고 있다. 짐을 덜어주고 나눠 져야 할 마당에 교원에 대한 중징계는 오히려 역효과를 빚을 수도 있다. 경각심을 불어 넣어 학생지도를 철저히 하게 만들려는 취지라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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