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 제목이 「앞과 뒤」이니만큼 오늘은 신문의 뒷얘기를 해보자. 말하자면 데스크의 고민같은 것이다.나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출연」해 만든 포르노비디오테이프가 나돈다는 보도는 지난 12일자, 정확히 그 전날 저녁 가판신문에 처음 실렸다. 그러나 이를 취재한 것은 훨씬 전이었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요즘 10대의 행태가 예측불허라해도 설마 그 정도까지일리야 하는 생각들이었다. 어떤 못된 업자가 요상한 일본테이프따위를 들여와 호기심을 자극키위해 변조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테이프를 「시사」했을때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건 분명히 우리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사안이 갖는 사회적 상징성이나 충격도로 볼때는 당연히 주요기사로 다뤄져야 할 것이었다. 더구나 그것이 단독취재된 것일때는 「특종」의 욕심도 포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사회적 파급효과에 생각이 미치면 선뜻 기사화하기가 망설여진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사회에 경종이 될지, 아니면 단순 흥미거리화함으로써 도리어 이같은 풍조를 일반화하는 역효과를 낳을지 곤혹스러워지는 것이다. 결국 이 사안은 열흘이상 묵혀져있다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심스러운 사건기사 형식을 빌어 처리됐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충격파는 컸다.
데스크에서는 매일 숱한 기사가 버려진다. 그 상당부분이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부도덕하고 끔찍하며 기가 막힌 것들이다. 건전한 양식과 미풍양속을 중대하게 해친다고 판단되는 것들로부터 사회와 구성원을 차단, 보호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도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덮어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또 어차피 그것들도 우리가 사는 모습의 하나일진대 그냥 있는대로 알리는 것이 차라리 정직한 것이 아닌지. 이래저래 고민은 자꾸 깊어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