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줌마 부대/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줌마 부대/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7.16 00:00
0 0

15일 신한국당 대선후보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린 인천 서구 구민회관 출입구. 20여명의 40∼50대 아주머니들이 굵은 장맛비를 피해 서둘러 입장하려다 비표가 없어 제지당했다. 『비표가 있어야 되나요』라며 어리둥절해 하던 이들은 돌아가지 않고 출입구 왼편의 넓은 지붕밑으로 총총히 옮겨갔다. 그곳에는 이들과 같은 처지의 30∼50대 여성 30여명이 모여 있었고 두 무리는 서로 안면이 있는 듯 『당신도 못들어갔어』 『비표는 누가 주지』라며 잡담을 주고 받았다.곧이어 세 명의 50대 남성과 한 명의 50대 여성이 이들을 찾아왔다. 이들은 세 무리로 흩어져 있던 「아줌마 부대」에게 다가갔다. 그들중 「공명선거감시단」 배지를 달고 있던 한 남자는 『오늘 표가 좀 부족해서…. 화장실에 갈 사람들은 받으세요』라며 주머니에서 10여장의 비표를 꺼내 나눠줬다. 다른 남자들도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10여장의 비표 뭉치를 끄집어 내 삼삼오오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에게 배부했다. 남자들이 갖고온 표로도 인원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50대 여성이 『가만히 있어 보세요』라며 행사장 뒤편으로 혼자 나가더니 곧 10여장의 비표를 들고와 나머지 대기자들에게 나눠줬다.

행사장 입구에 서성이는 5명의 「아줌마 소부대」에 다가갔다. 『어디서 오셨어요』 『요앞 서구에서 왔어요』 『대의원이세요』 『대의원은 무슨, 그냥 오라니까 왔지』 『와서 뭐 하시는데요』 『나이가 60을 넘었는데 하긴 뭘…』

행사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400여석의 1층 당원용 좌석중 3분의 2가량이 중년여성이었다. 이들도 역시 『구경삼아 왔다』고 말할 뿐이었다. 대화를 끝내고 뒤돌아 서려는데 인솔자인 듯한 50대 남성이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끝나고 바로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이 모든 장면들은 아줌마부대들이 특정후보측에 의해 동원됐다는 심증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금전살포, 청중동원 등의 구태를 질타하는 여론에 대한 후보들의 불감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