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78),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76),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72).이들은 일본의 전 총리로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원로 정치가이다. 가끔 TV 등을 통해서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어느덧 세월때문에 전성기를 보내고 조용하게 말년을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이들 원로는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정치적인 힘도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명의 전 총리가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주재하는 「재정구조개혁회의」에 참여해 저력을 보여준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지난달 이 회의가 확정한 재정구조 개혁안은 향후 3년간 마이너스 예산편성, 방위비 9,200억엔 삭감, 공공사업비 7% 삭감 등 일본으로서는 가히 「혁명적인」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사업비 삭감 등은 그동안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치가 관료 압력단체 등의 반발로 감히 손도 못대던 항목들이었다. 그 치열한 저항과 반발을 세원로들이 앞장서서 막아내며 일본의 장래를 보장하는 개혁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원로들은 국가가 위태로우면 충심으로 조언한다. 중요한 국사에는 기꺼이 지혜를 나눈다. 또한 후배들은 그들의 말과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원로의 힘이 센 것은 일본 특유의 파벌정치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더불어 「금권정치」 「요정정치」 등 일본정치의 해악이 아직도 판치고 있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일본의 정치가들을 본받자고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한국 사람들은 정치적으로는 일본보다 「선진국」임을 「은연중에」 자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입으로 오늘은 박정희를, 내일은 전두환을, 또다른 날에는 김영삼을 칭송하는 기회주의적인 「용」들의 망국적이고 천박한 돈선거를 보면서도 한마디 얘기할 수 있는 원로 정치가가 없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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