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유적보다는 소박하고 친근한 조상의 발자취들이른바 문화유산 답사라는 것이 마치 일반인의 확고한 여가활동의 하나처럼 인식된 지도 제법 됐다. 주말이나 휴가철, 웬만한 문화유적지에는 무슨무슨 답사기를 들고 내용을 확인이라도 하려는듯 손짓해가며 유적·유물을 살피는 사람들이 흔하다.
주강현(42·경희대 강사)씨는 그러나 『어디를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답사기는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그의 새 저서 「주강현의 우리문화 기행」(해냄 발행 9,000원)은 『유형의 문화보다 무형의 문화를 느끼라』고 주문한다. 『보란듯이 번듯한 문화유산의 공을 모르는 바 아니나 「쓰여지지 아니한 문화」 「별 볼 일 없는 문화」에 애정이 간다』는 것이다. 고려청자는 귀하지만 박물관이나 재력가들이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70년대까지만 해도 흔하디 흔했던 보릿짚 모자는 지금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의 문화기행의 화두이다.
그 보릿짚 모자처럼 우리 문화를 본능적으로 느끼게 하는 「느낌의 성감대」를 회복하기 위해 주씨는 4계절의 흐름을 따라 국토의 곳곳을 누볐다.
충남 보령 앞바다의 섬 외연도에서 발견한 당산숲은 그에게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 비견되는, 우리 문화의 신화적 생명력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경남 남해군의 암미륵과 숫미륵, 남한강의 쏘가리, 고성군 상족암 해안의 공룡 발자국들에서 그는 백악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우리 문화의 면면한 흐름을 집어내고, 상상력을 부여해 그것을 재생시켜 놓는다. 여름까지 다룬 이 책에 이어 2권은 가을, 겨울을 다룰 계획.<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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