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의 정사장면을 담은 포르노비디오가 서울시내 일선고교에 나돌고 있다는 보도로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따지고 보면 어느시기건 성적호기심에서 비롯된 10대들의 비행은 늘 있어온 터이나 오늘날 10대들의 성적 타락은 『으례 그 나이면…』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탈의 수준을 훨씬 넘었다. 차마 공공연하게 알릴 수 없어 그렇지 일부 10대들의 성풍속도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여자 100명과 성적접촉을 가졌다는 의미를 지닌 「한접시를 먹었다」는 은어가 일상의 대화 속에도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여고생이 임신을 해 학교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가하면 남·녀고교생 연인이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유기하는 극단적인 현상까지 연일 벌어진다. 그러나 이번 10대 청소년의 포르노테이프가 주는 충격과 문제의 심각성은 또다른 차원의 것이다. 우선 자신들의 퇴페적인 성적행동을 또래들에게 스스럼없이 내다팔 수 있는 「상품」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친구와 「그 짓」을 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또다른 친구에게 깔깔거리며 시종 농담을 나눌만큼 수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테이프를 본 학생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제작 당사자」들이야 궤도에서 일탈한 「문제아」라고 쳐도 지극히 정상적인 학생들이 이를 별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 기준으로 충분히 모범생이라고 할만한 강남의 모고교 여학생은 『이 테이프가 나돈게 언제적 이야긴데 지금 새삼스럽게 난리들을 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마다 다 하나씩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테이프를 보면서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느꼈다는 학생을 보기 힘들고 도리어 돌려보는 것을 우정으로 생각하는 성의식은 교육의 기능상실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10대 성타락은 윤리의식을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퇴폐를 조장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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