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대통령선거때 「대권너절리즘」이란 비아냥이 들렸다. 언론들이 대통령후보의 정책이슈를 비교분석하기 보다 가십성내용을 중심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하게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을 식상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었다. 「경마식보도」로 대통령선거를 경마중계로 변질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이러한 보도태도는 비단 국내언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었다. 언론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됐다는 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같은 폐단이 지적돼왔다. 그런 미국에서는 TV토론을 이용한 「미디어정치」가 오래전에 뿌리를 내렸다.
국내에서도 「고비용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디어정치」가 거론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제한하는 방법이 TV토론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TV토론을 제도화한 선거법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언론들도 대선보도의 바람직한 유형을 찾아내느라 머리를 짜낸다. 후보들과의 TV토론회가 등장했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서면 후보들끼리의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는 TV토론회를 공동주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대선때마다 편파보도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언론사들이 토론회를 주최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토론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그러나 미디어정치가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가장 커다란 시비가 공정성이다. 일부 언론들이 가진 TV토론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놓고 말이 많았다. 후보들의 신변잡기나 묻어두어도 좋을 사생활, 인신공격이나 자기선전 등을 마구잡이로 토해놓아 「대권너절리즘」을 무색케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 분식된 후보의 이미지와 말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연예인처럼 잘 생긴 후보를 선호하게 만든다는 원론적인 지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해 정책대결과 후보간의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식을 찾아낸다면 미디어정치가 국내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연말대선은 「대권너절리즘」이 아닌 「대선저널리즘」을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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