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해 국제적규범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른바 기업지배구조라운드가 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의 개선문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라운드 추진의 골간은 한마디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공정경쟁의 국제적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국이 일정한 기준의 기업경영의 룰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투자상대국의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이같은 OECD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기업경영의 밀폐성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경영후진국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소유권과 경영권이 분리되지 못한채 한 몸으로 돼있고 대물림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하에서 기업경영은 소유자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의 권익이 도외시되거나 전문경영진의 결정이 통제되기 일쑤다.
또 재무구조, 경영상태 등 기업경영의 비밀이 정도 이상으로 강조되거나 왜곡되고 내부거래나 담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라운드가 규범화되고 강제화 될 경우 우리 기업은 일시에 충격적인 경영환경변화를 감수해야 하고 지배구조의 강제적 개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기업지배구조는 물론 우리 자본주의 발달의 일천함과 자본축적과정에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 장점과 단점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의 규범화 움직임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국제경쟁마당에서 장기적으로 온존하기에는 부적합한 형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적규범의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OECD가 내년 4월까지 타결키로 한 다자간투자협정(MAI)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MAI의 목적은 모든 국가의 기업투자에 대해 국내기업과 동등대우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투자상대국기업들의 경영정보 등에 대한 투명성이 국제적 기준으로 전제되지 않고는 투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가 확보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이제 우리 기업구조의 선진화와 민주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보사태나 잇단 대재벌의 부도와 경영위기는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행태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기업지배구조의 개편이나 경영의 투명성제고는 비록 우리 여건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업 스스로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서둘러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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