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공사 한은경 연구위원 분석광고에서 성차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성에 따른 고정관념을 대표적으로 재생산하는 곳은 광고이고, 그 대상은 여성이다. 노출과 육체적인 매력을 통해 여성의 성적인 요소를 극대화시킨 광고, 가사노동이 여성의 천직이자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통념을 드러낸 광고들이 많다. 한국방송광고공사 한은경 연구위원은 제일기획 사보에 기고한 「성차별 이데올로기가 낳은 광고 속의 4가지 여성상」에서 광고가 여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성적 대상◁
여성을 엿보기 대상으로 삼아 성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광고들이 적지 않다. 한 제과회사의 껌광고에는 유혹적인 눈빛의 여성이 껌의 향기를 맡은 후 요염하게 그 껌을 씹는 모습이 나온다. 이 여성은 마지막으로 의자에 앉아 무릎 사이에 껌을 갖다 댄다. 관능적이며 선정적인 유혹, 남성성기를 상징하는 껌과의 접촉 등 성행위를 암시하는 장면들로 가득 찬 이 광고는 여성의 성 상품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연구위원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묘사한 광고는 옛날에는 많지 않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며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다운 여성◁
남성은 신체·정신이 강하고 능동적이며 독립적이고 합리성을 갖추었으며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을 가진 반면 여성은 연약하며 수동적이고 헌신적이며 인내심과 감성이 풍부한 쪽으로 이해하는 광고들이다. 한 통신광고는 엄마가 딸과 함께 남편을 기다린다→술자리에 있는 두 남자가 보인다→남편이 상대에게 『귀가전화』라고 말하며 집에 전화 거는 모습이 나온다. 카피도 여성이 연락없이 늦는 남편을 걱정하며 원망하는 형태의 독백이다. 여성을 남편에게 자신의 모든 기대를 걸고 의존하며 남성의 관심과 배려를 소극적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사노동자◁
광고에서 가사노동자로 나타나는 여성의 모습에는 남녀의 성에 따른 분업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 있다. 한 식품회사 광고는 여성이 가사노동에 대한 선서를 하고, 이어 가족이 음식을 먹는 데 행복을 느끼면서 자신의 가사노동을 도와주도록 부탁하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여성은 분홍색 앞치마를 입은 전형적인 가사노동자로, 남성은 가사노동과는 무관한 의상으로 집에서 휴식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광고는 경쾌한 리듬, 내레이터의 쾌활한 목소리, 음식 끓는 소리 등이 이런 성별 분업을 대단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독립적인 여성◁
여성이 주체적인 개인으로 등장하는 광고는 최근들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 서류가방과 노트북 PC를 들고 외국 출장지에서 고국의 딸과 통화하는 모습을 그린 멀티미디어광고, 경호원이나 대통령으로 여성을 등장시킨 화장품광고 등은 페미니즘의 요소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광고도 마지막에 가서는 성적인 대상으로 여성을 표현한다. 국빈자격으로 다른 나라를 방문한 여성의 당당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쥬리아화장품의 「소네트프로」광고는 마지막에 한 병사가 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연구위원은 『독립적인 여성을 내세우는 광고도 그 바탕에 「여자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깔고 있고 더 나아가 여성들이 슈퍼우먼이 어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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