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육아 가계부/0∼6세 아동 가정 15가구 조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육아 가계부/0∼6세 아동 가정 15가구 조사

입력
1997.07.13 00:00
0 0

◎아이에 쓰는 돈 월평균 64만원/15만∼240만원 큰편차/교육비 39%차지 가장 부담/탁아비·식비·의복비순 지출육아 비용의 구체적인 내역과 규모는 어떨까. 어디에 어느 정도로 돈이 들어 가는지 0∼6세 미취학 아동을 둔 15개 서울의 가정을 임의로 추출, 조사해 보았다.

6세와 2세 사내아이가 있는 Y(31·여)씨는 한달 평균 35만원을 순전히 아이들에게 쓰고 있다. 가계지출의 30% 수준이다. 물론 가장 덩치가 큰 항목은 교육비다. 얼마 전부터 첫아이가 동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월 14만원이 들어 가고 있고 동화책, 교육교재 등 책값으로 5만원이 든다. 둘째아이 기저귀값 6만원과 우유·분유값 5만원도 큰 항목. 옷은 친지, 친구들에게서 얻어 입혀 월 2만원 정도로 막고 있고 장난감은 쓰던 것을 얻거나 선물받을 뿐 거의 사는 일이 없다. 이밖에 간식비 등 잡비로 월 3만원 가량 쓴다. 비싼 옷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불편하고 학원 다니기보다는 마음껏 뛰어 노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Y씨 생각이다.

K(32)씨는 6세와 3세 아들을 둔 주부. 가계지출의 45%, 70만원 가량을 아이들에게 쓰고 있다. 첫아이 유치원비 20만원과 미술학원 6만원, 학습지 2만5,000원, 시립청소년수련원의 과학교실 특강비 2만원을 합쳐 교육비로만 30여만원이 든다. 보세의류점과 할인점에서 옷과 신발을 사는 데 13만5,000원이 들고 장난감, 게임기 등에도 11만원을 쓴다. 첫애가 알레르기, 비염, 안질을 자주 앓아 병원비로 12만원을 지출한다. 그밖에 일회용 기저귀값이 2만원, 우유와 간식비가 1만원 정도 들어간다.

맞벌이 주부 K(28)씨는 8개월된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 이웃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탁아비로만 50만원을 내야 한다. 감기치료와 예방접종 등 병원비로 10만원이 들고 기저귀값 5만원, 분유 간식 등 식비 5만원도 적지 않다. 여기에 옷값 4만원, 장난감값 6만원을 합쳐 한달에 80만원 정도를 아이에게 쓴다.

전체적으로 15가구의 육아 가계부는 소득수준과 아이 숫자, 거주지역에 따라 지출규모와 내역이 크게 달랐다. 육아비 지출은 15만원에서 240만원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는데 30만∼40만원이 가장 많았고 15가구 평균은 64만5,000원이었다. 육아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교육비. 유치원 학원 놀이방 학습지 교육교재 등을 합쳐 육아비용의 39.4%를 차지했다. 탁아비도 15.0%로 높은 비중을 보였는데 이는 맞벌이 부부 3가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식비(12.7%)와 의복비(10.8%)에 이어 잡비(6.3%), 의료비(6.2%), 기저귀값(5.1%), 장난감값(4.5%) 등의 순으로 지출이 컸다.<배성규 기자>

◎유아도 사교육비가 문제다/취학전 아동 77%가 유아원·놀이방은 기본/수업료만 월 10만∼20만원/교재비도 ‘배보다 배꼽’

취학전 아동들의 육아 비용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교육비다. 「내 아이만은 잘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심과 이를 겨냥한 장삿속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아교육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유아 교육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조사는 아직 행해지지 않았다. 단지 전체 사교육비를 조사하는 가운데 한 부분으로 언급되는 수준이다. 아직 이부분에 대한 사회인식이 미약한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96년 한국의 교육지표」에 따르면 유치원생 1명에 들어가는 한해 사교육비는 124만1,000원으로 월 평균 1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현대경제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3세 이상 취학전 아동의 77.3%가 유아원 놀이방 등에 다니고 있으며 월평균 12만6,000원이 들어 간다.

반면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올해 초 전국의 취학전 아동을 둔 부모 362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아이 1명에 월평균 20만원 이상을 쓰고 있었다. 이 조사에서는 월평균 사교육비로 15만원에서 20만원을 지출하는 경우가 35.7%였고 20만원에서 25만원이 27.8%, 25만∼30만원 9.4%, 30만원이상이 12.7%였다.

그러나 부모들이 체감하는 유아 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고가의 유아교육용 비디오와 책자를 구입하거나 음악 체육 등 다방면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사설 「영재학원」의 월수업료는 6만원. 하지만 교재비만 40만원에 달한다. 감성개발 교육을 시킨다는 한 교육원에서는 교육용품 1세트를 87만원에 팔고 생후 0∼2세용 교육책자 한세트도 30만∼50만원을 호가한다. 교재를 구입한 가정을 주 1회씩 방문해 아기에게 20여분간 과외를 해주고 3만∼5만원의 교습비를 따로 받는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비용도 4만원이 넘는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음악원은 외국 전문가들이 아이들의 음감을 평가해 주고 3달치 수강료로 15만원을 받는다.

『아이 교육비로 월 70여만원을 쓰는데 이 정도는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이라는 한 주부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유아교육비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에 족하다.<조재우 기자>

◎유아교육 정부는 ‘나 몰라라’/예산배정 쥐꼬리/공립유치원 혜택은 전체아동의 6% 불과/공교육제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가정에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현재의 유아 교육체제를 변화시켜야만 서민 가계의 전체 육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개혁위원회 나정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공공시설보다는 학부모 주머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설기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졌다』며 『정부가 유아교육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공교육제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은 유아에 대한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의 출발선상에 있는 유아의 인지발달 편차를 줄이기 때문에 이후에 이뤄지는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교육당국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올해 유아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1%에도 못미치는 1,600억원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평균 교육예산의 7%를 유아교육에 투입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내 유아교육은 80%를 사설학원과 유치원, 놀이방 등이 맡고 있다. 교육부가 관장하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보육시설, 교육청의 인가로 운영되는 학원, 그리고 교회 등에서 운영하는 선교원 등이 마구 흩어져 있다. 따라서 제공되는 교육은 체계적일 수 없고 질적인 편차도 크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비의 경우 공립에 비해 사립이 최고 3배나 들고 보육비도 사립보육시설이 1.5배 정도 비싸다. 그러나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공립유치원에서 교육을 받는 유아는 전체 대상 아동의 6%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연차적으로 예산을 늘려 2005년까지는 취학전 아동이 모두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교육부 당국자들도 계획의 난점을 지적할 정도로 앞날이 험난하다.

교육부 교육정책총괄과 서남수 과장은 『유아교육시설의 확충 등을 통해 공교육체제로 바꿔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도시의 경우 유치원 건립부지 확보 등 많은 난점이 있다』고 말했다.<조재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