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최대 최고의 발굴로 평가되는 공주 무령왕릉(사적 13호, 송산리 7호분)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고분묘실의 전돌이 깨지고 누수와 벽체의 기울음, 곰팡이 번식 등이 갈수록 더해 가는데, 5·6호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왕과 왕비의 금관 2개를 비롯하여 귀중한 유물 2,561점이 쏟아져 나온 무령왕릉은 71년 발굴 당시부터 국내외 역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무령왕릉 발굴책임자였던 고 김원룡 박사가 뒤늦게 『여론에 밀려 무령왕릉을 이틀만에 발굴한 것이 생애 최대의 수치』라고 후회했듯이 문화재 발굴과 보존은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번에 보고된 훼손의 문제점은 졸속발굴 때 잉태되어 엉성하게 보존·관리되면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족과 조급함은 이 왕릉이 발굴된 지 2년도 못되어 일반에게 공개됐다가 고분 내부에 습기가 차는 것이 발견되어 4일만에 중단된 사실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그 후로도 여러번 물이 차고 결로현상이 있다고 보도되었으나 91년에 이르러서야 방수를 위한 보수작업을 했다. 그러나 그나마 정밀한 조사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봉책으로 했기 때문에 오늘날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이른 시일 안에 2차 정밀조사를 하여 완벽한 침투수 차단시설과 미생물제거작업 등을 함으로써 고분의 원형보존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또한 서울대 경희대 등 18개 대학의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조차 보존상태가 미흡하여 11% 정도가 심하게 손상되었다고 보도되었다. 문화재관리국의 관리대상인 5,000여 부동산 문화재에 대한 관리보수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러번 지적되어 왔다. 이제 정부도 말로만 「97 문화유산의 해」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계속 국민적 계도를 통해 문화재사랑과 보호를 생활화하도록 예산상의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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