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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호텔 참사의 경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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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호텔 참사의 경고(사설)

입력
1997.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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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의 호텔 화재사건은 온 국민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사망자 93명 속에는 한국인 3명이 들어 있어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 관광객 단골인 이 호텔에는 화재 당시 90여명의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투숙중이었으나 대다수가 관광을 나간 사이 불이 나 한국인 피해가 그만 했다. 성수기에는 한국인만 300∼400명이 투숙하는 호텔이라니 만일 그런 때 한밤중에 불이 났다면 어쩔 뻔했는가. 동시에 70년대 대연각빌딩 화재의 악몽이 떠올라 우리나라 호텔들은 안심해도 괜찮은지 새삼스레 불안해진다.객실이 700개나 되는 로열 좀티엔 호텔 화재는 어쩌면 우리나라의 대형화재 사건과 그리도 같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공짜손님을 막는다고 호텔측이 비상구를 모두 폐쇄해 투숙객들이 잠긴 비상구 앞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카펫 커튼 등 화학성 내장재들이 불연처리가 되지 않아 유해가스에 질식해 죽은 사람이 많았다. 화재경보기마저 울리지 않았고 객실의 자동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투숙객들이 호텔방에 갇히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컸다. 방화구획과 설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1층에서 난 불이 5분만에 17층 전체로 번질 수 있었을까.

이 화재가 「태국판 대연각 화재」였다면 「한국판 좀티엔 화재」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연각 화재 후에도 우리는 대왕코너와 시민회관 화재 등 후진국형 화재를 무수히 겪었고, 지난해 가을만 해도 작은 지하 카페에서 일어난 불로 12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그런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점검을 한다, 관련규정을 강화한다 하며 법석을 떨지만 크게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 내무부 점검자료에 따르면 고층호텔 백화점 등 우리나라 대형빌딩의 80% 이상이 소방시설과 관리상태가 엉터리이다. 유명호텔과 백화점들까지도 경보시설과 스프링클러 불량, 위험물 관리소홀 등 문제점이 적발됐다. 고층 아파트도 38%가 불량판정을 받았다.

화재처럼 지속적이고 정확한 예방조치를 요구하는 재해는 없다. 파타야 화재사건이 우리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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