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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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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시인 새뮤얼 존슨(1709∼84)은 『런던에 지친 자는 인생에 지친 자』라고 말했다. 런던이 지닌 역사성, 세계성, 다양성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풍기는 말이다. 26세 때 20년이나 연상인 미망인과 결혼한 존슨에게는 원래 오래되고 원숙한 것을 선호하는 취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생존시(1753년) 설립된 대영박물관은 프랑스의 루브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 해마다 5백만명의 관람객이 모여드는 그 곳에는 이집트 바빌론 그리스 로마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진기한 유물 5백여만점이 소장돼 있다. ◆10일 이 박물관 에드워드 7세 건물 2층에 한국실(1백20평)이 문을 열어 세계인 앞에 우리 문화의 개성과 우수성을 보여주게 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빛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건립되는 한국실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임시로 운영되는 전시실이지만, 국가별 독립전시실은 일본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전시품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국시대 고분발굴품과 고려청자, 범종, 조선백자, 회화, 민속품 등 3천2백여점 중 일부와 한국이 대여해준 유물 등 모두 3백12점이다. 94년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해외문화재는 일본에 2만9천점, 미국에 1만4천점, 영국에 7천점 등 모두 17개국에 6만여점이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계산하면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탈당한 근거가 확실한 문화재는 외교적 절차를 거쳐 반환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문화재는 이번 한국관의 경우처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문화첨병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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