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쇼핑 사장 자살여파 과열경쟁은 눈에 안띄어/연설회장 휴식 후보들 기자 몰리자 “좀 쉬게해달라”빗속에 치러진 11일의 부산지역 신한국당 합동연설회는 경선중반을 가름하는 분수령이자, 최대 승부처 중의 하나였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전날 광주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부산으로 직행, 1박2일의 부산공략전을 벌였다. 후보들은 합동연설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득표활동을 벌였는데, 이날 하루종일 각 후보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은 연설회가 열린 롯데호텔의 객실과 식당, 커피숍 등을 점령한 채 대의원들을 접촉했다.
연설회가 열린 롯데호텔은 1층 로비에서 3층 연설회 장소에 이르기까지 발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대의원들과 당원들은 뒷사람에 밀려서야 겨우 발걸음을 떼놓을 정도로 불편을 겪었다. 부산시지부측은 연설회가 열릴만한 장소는 시민회관 정도밖에 없는데, 적어도 3개월전에 예약해야 장소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미처 대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교통혼잡지역인 롯데호텔주변은 가뜩이나 비가 내리는 바람에 차가 막힌데다 행사참석자들이 타고온 버스와 자동차로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날 연설회는 다른 지역에서와는 달리 과열경쟁 양상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온데다 장소가 호텔이어서 말썽을 피울만한 소지가 적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며칠전 태화쇼핑 센터 사장이 자살한 것도 과열자제의 한 이유가 됐다고 시지부측 관계자가 전했다. 향토기업인 태화쇼핑이 부도를 낸 큰 이유중 하나가 바로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의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인데, 계열사인 롯데호텔에서 시끄러운 연설회를 열 경우 부산시민들의 비판을 살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연설회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각 후보 지지자들의 후보 연호 현상은 여전히 되풀이 됐다. 후보들이 처음 입장할 때만 해도 선관위의 강력한 제지로 박수만 치던 각 후보 지지자들은 열기가 오르면서 연호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수성·이한동 후보는 이날도 연설회 시작전에 만나 두손을 맞잡은 채 번쩍 위로 치켜올려 「단합」을 과시했으며, 이에 지지자들은 열띤 박수와 연호로 호응을 보냈다.
후보자들간의 「노루목 지키기」경쟁도 만만찮았다. 최병렬 후보는 연설회 시작 1시간 전인 하오 1시께 일찌감치 연설회장 입구 바로 앞 자리를 차지, 부인 백영자씨와 함께 대의원들과 악수공세를 펼쳤다. 최후보에게 노른자리를 「선점당한」 다른 후보들은 연설회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입구에 도열, 대의원들을 맞았다. 박찬종 후보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채 연설회장 한가운데 통로를 지나면서 대의원 공략을 시도했고, 박후보의 부인 정기호씨는 장내를 돌며 대의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인제 후보의 부인 김은숙씨는 이후보와 떨어져 연설회장 입구에서 「득표전」을 벌였다.
○…첫 연설자인 이인제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자리를 떠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는데, 이날부터 연설자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밖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기로 서로 합의를 했기때문이다. 자리를 뜬 후보들은 연설회장 입구 바로 옆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함께 앉아 차를 마셨는데, 기자들이 일제히 주위에 몰려들자 『좀 쉬게 해달라. 이렇게 하면 안에 있는 것보다 못하지 않나』라며 자신들만의 편안한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이날 후보들은 너나 할 것없이 부산찬양과 문민정부 칭송에 치중했다. 「위대한 땅 부산」 「자랑스러운 시민」 「산업화와 민주화의 신화를 창조한 고장」 「문민개혁 탄생의 메카」 등 온갖 미사여구가 총동원됐다. 문민개혁의 계승과 완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자신이라고 서로 강조했다. 부산지역의 미래와 번영을 이끌 지도자도 자신뿐이라고 서로 내세웠다. 지역정서에 맞춰 가는 곳마다 김영삼 대통령을 비판해왔던 후보들은 부산지역 특성을 감안한 듯 김대통령과 연을 유난히 강조해 대조적이었다.<부산=홍희곤 기자>부산=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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