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공해상에서 조업중인 우리 어선을 영해침범혐의로 나포함으로써 조성된 양국의 외교적 긴장상태가 쉽게 타결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다.하시모토 일본총리는 지난 10일 한국정부의 어선나포 항의에 「이는 정당한 조치」라고 대답했고, 유종하 외무장관은 같은날 국회 통일외무위에서 일본의 직선기선방식에 따른 영해주장을 일축했다.
두 말할 필요없이 하시모토의 「정당한 조치」주장은 바로 직선기선을 영해측정 기준으로 삼은 일본정부의 행위가 주권적 권리라는 강변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장관의 「직선기선 불인정」주장 역시 관련 국제법 및 한일 어업협정에 따른 우리 정부의 당연한 입장표명이다.
조용한 가운데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외교적 사안이 이처럼 상대국의 총리와 외무부장관이 나서 마치 공방전이라도 벌이는 듯한 사태로 발전된 현실이 안타깝기조차 하다. 감정적인 사태로의 발전은 외교협상과정에서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일본의 직선기선방식 강행이 유엔해양법 등 관련국제법은 물론 한일간의 어업협정의 정신에 배치됨을 수차례 지적한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엔해양법 등 관련 국제법은 직선기선 선포국가는 제1차적으로 분쟁예상 인접국과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일 어업협정 제1조 1항도 직선기선 도입시 「사전협의 의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유엔 해양법이나 한일 어업협정이 적시하고 있는 「사전협의」개념은 당사국끼리의 「합의」를 지칭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를 단순히 「통고」내지는 「거론」의 의미로 축소해석하면서 어선나포를 강행하고 있다. 「협의」가 「합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다분히 억지요, 궤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한 나포는 해적행위나 다름없다. 일본은 이런 영해문제에 대한 양국간의 이견이 원만히 단락될 때까지 일체의 나포」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차제에 우리는 정부의 대응자세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연안어업에 대한 정부의 지도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세간에는 어선은 고속화·첨단화돼 가는데 지도선은 낡고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덧붙여 당국의 보조불일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장관은 불법나포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별도의 실무회담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영해침범 일본어선의 나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럼 지금까지는 일본어선의 영해침범을 눈 감았다는 얘기인지. 대국민 사기진작용 내수발언이라는 점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실현성이 없는 정책이나, 고위당국자의 불필요한 발언이 행정의 신뢰성을 위축시킨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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