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투숙객 관광나서 큰 화는 면해/1층 커피숍서 “꽝” 순식간 번져/투신 속출 아비규환… 헬기 구조/비상구 모두 폐쇄 대형참사 자초/사고호텔 한국관광객 필수코스11일 상오 10시20분께(현지시간) 태국의 휴양도시 파타야의 로열 좀티엔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마치 영화 「타워링」을 연상케 했다. 투숙객들은 이날 1층에서부터 불이 붙어 위로 번져올라가자 아비규환속에 옥상으로 대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이날 불은 호텔 1층 커피숍에서 가스오븐이 터지면서 발생, 17층 높이의 호텔 7백개 전 객실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특히 호텔측이 투숙객이 숙박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는 것을 염려, 비상구를 막아버린데다 화재 경보와 스프링클러마저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욱 커졌다.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이 폐쇄된 비상구 주변에서 서로 뒤엉킨 채 발견됐다며 「비상구 폐쇄」가 대형참사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이 대부분인 투숙객들은 호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등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중동인으로 보이는 투숙객 한명은 호텔타워에서 불길을 피하기 위해 11층에서 뛰어내리다 숨졌으며, 태국인 남자 3명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핀란드 여성은 소방대원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이 현지 TV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구조대원들은 이날 대형 사다리차와 헬기 3대 등을 동원, 화재발생 9시간만인 하오 7시10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소방관들은 호텔 내부가 카핏 등이 타면서 내뿜은 유독가스로 가득차고 방문이 잠겨 있어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기 직전에 호텔 1층에서 5차례의 연쇄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호텔측이 화재 사실을 즉각 신고하지 않고 종업원들을 동원, 자체 진화에 나서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피해액을 4천만달러로 추산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했으나 이날은 이곳에서 태국발전청(EGAT)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태국인이 대거 참석, 사상자중 태국인이 가장 많았다. 심포지엄이 열린 장소는 7백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로, 심포지엄 참석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호텔측은 지금이 계절풍이 부는 다소 비수기여서 객실이 70%정도 찬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는 93년 5월 방콕 서부의 장난감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1백88명이 사망하고 5백명이 부상한 사건이후 최대의 희생자를 기록했다. 한편 태국 법원은 93년 10월 라차시마 북부의 로열 플라자 호텔 붕괴사고로 1백37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지난달 이 호텔 건설 책임자에게 20년 징역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서방 관계자들은 관광객이 붐비는 태국의 대형 호텔과 백화점 등은 기본적인 기준마저 미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태국 파타야 로열 좀티엔 호텔에 투숙중이던 9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이날 아침 일찍 인근 산호섬 관광에 나서 화를 면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이날 상오 10시20분께로 관광객들은 이보다 1시간가량 앞선 상오 8시∼8시30분 호텔을 출발, 관광에 나선 것. 화재사실을 모른 채 상오 관광일정을 마친 한국인 관광객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11시∼12시 사이에 호텔로 돌아와서야 불타고 있는 호텔을 바라보고 망연한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
여행가방에 든 옷가지와 돈을 모두 호텔방에 두고 나온 관광객들은 대부분 반바지와 수영복 등 간편한 차림으로 화재현장에 접근이 차단돼 애를 태웠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한 현지 여행사측은 이들에게 우선 세면도구와 간단한 옷가지를 마련해 주고 「웰컴 좀티엔 호텔」 「파타야 파크호텔」 「에이 원 호텔」 등 파타야 시내 호텔로 관광객들을 분산 투숙시켰다.
현지 여행사인 위더스여행사 김태만(30)씨는 『평소 이 호텔에는 1백여명 가량의 한국인이 투숙하고 있고 7월말∼8월 중순의 피크시즌에는 최고 3백∼4백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집단 투숙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대부분 단체 관광객들로 연령층이 30∼60대까지 다양하며 아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로 숨진 것으로 확인된 김미혜(37)씨는 부산 북구 만덕동 G아파트에 사는 여행가이드로 지난 9일 부산골드투어에서 모집한 5박6일 일정의 동남아 관광객을 이끌고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란(24) 김은영(24)씨는 한때 동명이인이 잘못 확인되는 등 아직까지 분명한 신원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으나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인적으로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나자 현지에서 여행사와 식당 등을 운영하는 교민들도 화재현장에 뛰어나가 구조활동과 신원확인 작업을 도왔다. 코리아나식당대표 강은진(여)씨는 『남편과 함께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한국인 피해자들을 파악하는대로 고국의 문의전화에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방콕 외신="종합·김상철·배국남·이종수·황유석·윤태형" 기자>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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