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한국당 경선후보의 부산지역 합동연설회는 시내 최고급호텔인 롯데호텔의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화려한 실내장식, 찬란한 조명,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게 가동되는 냉방시설 등 안락한 환경에 1,000여명의 대의원들은 현정권의 산실인 부산의 집권당원임이 새삼 가슴뿌듯했을지 모른다.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시민회관 등 공공시설 이용시의 몇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 호텔측에 따르면 행사장 대여비는 990만원이었고, 한잔에 3,000원인 커피 수천잔이 참석자들에게 제공되기도 했다. 여기에 음향시설 등의 설치비를 합하면 행사비용은 족히 2,000만원이 넘는다. 각 후보측 관계자들도 『왜 이런 곳에서 행사를 열어 구설수를 자초하는 지 모르겠다』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행사장을 섭외한 부산시지부측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였다. 한 관계자는 어떤 근거에서인지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는 않았다』는 아리송한 말만 되풀이했다. 후보들이 보인 행태도 「호화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7인 후보의 상당수는 연설회전날인 10일 적게는 5명, 많게는 수십명의 수행단을 끌고와 이 호텔에 머물렀다. 이들은 『이동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저렴한 숙소를 찾아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은 채 값비싼 숙박료와 식비를 덥석덥석 지불했다. 월 2,000만원안팎의 경비를 지출한다는 경선후보들의 살림살이로 이런 쓰임새를 어떻게 감당해내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9일 태화백화점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은 롯데백화점과 호텔이 새로 들어서면서 심화한 경영난에 지역경제의 침체가 겹쳤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은 이 곳의 대표적 자생기업중 하나인 이 백화점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를 비웃듯 태화백화점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신한국당의 호화판 유세를 시민들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았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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