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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맥빠진 ‘황 보따리’/“친북인사명단 들었을뿐” 상식선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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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맥빠진 ‘황 보따리’/“친북인사명단 들었을뿐” 상식선 답변

입력
1997.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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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정보 알면서도 공개 안했을수도황장엽씨 기자회견과 조사결과 발표는 그가 역대 망명·귀순자 중 최고 서열의 인사였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황씨가 밝힌 북한실상은 그동안 귀순자들의 증언이나 통일원·국방부 등 관계당국의 조사내용과 대동소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핵무기 보유나 친북인사 리스트에 대해서는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들었다』, 북한의 권력 실세에 대해서는 『김정일 외에 실권자는 없다』는 수준의 다소 맥빠지는 답안을 내놓았다. 물론 황씨를 통해 중요한 대북정보를 입수하고도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그럼 황씨의 정보 보따리는 「거품 보따리」였을까. 정보 관계자들은 『정보 세계의 속성상 핵심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며 공개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요 정보는 정보당국의 파일 속에 조용히 들어갔거나 아니면 황씨가 의도적으로 「말」을 가린다는 것이다.

황씨가 김일성종합대 총장 출신으로 북한 권력층에 제자들이 많으며 김정일과 김정일의 오른팔인 장성택(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 수시로 황씨에게 개인사정을 의논할 정도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황씨는 김정일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단의 윤곽을 잡아줬다. 『김정일은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측근중에 김영춘 군총참모장은 인민무력부장(공석) 그릇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제대로 말하는 사람은 당비서 김기남(선전선동담당) 정도에 불과하다』는 증언 등이다.

그러나 황씨는 54년 노동당 총비서 서기실 서기(청와대 비서관)부터 40여년을 권력의 핵심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권력체제와 인물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 미국 등 서방의 정보기관들이 황씨의 정보가치에 주목한 것도 그의 「인사정보」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정책은 이른바 김정일과 장성택·최용해(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 등 그의 「테이블 멤버들」이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북한에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고 모든 문제를 김정일이 처리한다』고 다소 과장된 발언을 하며 본질을 피해갔다. 그러나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황씨에 대한 조사결과 역시 북한의 권력구조에 대한 것이 가장 가치가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진술이 확보됐음을 시사했다.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당초부터 황씨가 군사지식이 부족해 크게 기대할 게 없으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황씨는 논문 「조선문제」에서 밝힌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의 근거를 밝히지 않아 석연치 않은 느낌을 남겼다. 황씨는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보유는 상식적 믿음이며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정도로 넘어갔으나 정보당국에는 그런 정보를 말해준 군사분야의 핵심인사의 신분과 당시 상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남 분야는 당사자들과 직속 상관들만 정보를 교환하는 점조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황씨로부터 검증된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안기부가 황씨를 80일 가량 조사하고 나서도 친북인사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피한 것도 이런 사정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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