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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김정일의 전쟁준비/황장엽 메시지 귀담아 들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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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김정일의 전쟁준비/황장엽 메시지 귀담아 들어야(사설)

입력
1997.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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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40여년간 주민들을 노예처럼 혹사하며 전쟁준비에 광분하고 있는 나라는 오직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 뿐이다. 그들의 전쟁대상은 동족이 사는 남한으로서 아무리 경제가 파탄돼도 믿을 것은 군대 뿐이라며 무력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전북한 노동당비서 황장엽씨의 증언은 「그래도 설마했던」 남한 국민들에겐 경종이다. 북측의 전쟁준비는 상상을 초월하며 북한사회가 전쟁분위기로 일색화했다는 그의 얘기에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휴전이후 망명해온 북한체제의 최고위 인사인 황씨가 2개월만에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핵심적인 메시지는 「김정일의 전쟁준비」여서 매우 주목된다. 6·25때처럼 남측이 도발했다고 역선전하며 개전, 서울에 5∼6분동안 포를 쏘아 잿가루로 만든 다음 미군이 증원되기 전에 부산까지 밀고 내려가며 전쟁은 6개월 이상 걸리지 않는다며 전쟁물자를 6개월 분만 비축한다는게 저들의 전쟁전략이다.

무엇보다 저들은 평시에도 전쟁 발발때 처럼 전시형 국가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전투 헬리콥터·미사일·방사포 등의 생산 등 100% 무기를 자체생산하고 있다는 증언은 놀랄 만하다. 아무리 심한 경제난·식량난·에너지난 속에도 전쟁준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쟁분위기로 김정일을 비롯, 당·정·군 모두 미군만 없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일반적 인식에서 평소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미군철수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특히나 전쟁시기는 남한의 사회와 정정이 혼란할 때를 최적기로 여기고 있어 대남교란과 전쟁을 병행할 것이라는 황씨의 분석은 음미해 볼 만한 것이다. 더욱이 김일성 사망 2년전인 1992년 김정일이 남침 시나리오를 작성, 실천에 옮기려 했었다는 기도는 김정일의 군부가 전쟁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가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오늘의 북한은 개혁·개방으로 주민을 먹여살릴 것인가 아니면 남침을 택할 것인가에서 개혁·개방은 곧 체제붕괴로 여겨 남침을 유일한 방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전쟁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반드시 한번 결행할 것이라는 황씨의 진단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황씨는 김정일이 남침을 할 경우 국지전이 아닌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한미양국의 전문가와 북한의 귀순 인사들이 전망한 「부분적 도발」 또는 「국지전」 주장과는 반대로 북한의 전쟁준비가 국가적, 체제적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황씨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철두철미 수령 개인의 독재체제로 정권과 당과 군대도 수령의 소유물이며 심지어 민족도 국가도 수령의 것으로 부르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바탕에서 김정일은 전국을 요새화하고 전인민을 전쟁준비로 다그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막고 평화확보를 위해 남으로 왔다는 망명동기는 수십년간 붉은 독재자의 하수인역을 해온 노학자의 절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남한의 정부와 국민이 북한의 남침을 막지 못하면 민족과 역사 앞에 죄악을 범하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날 황씨에 대한 안기부의 조사결과와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듯이 오랫동안 북한 정권의 고위직을 지냈던 만큼 김정일 체제에 관한 황씨의 진단과 북한의 장래, 장차 남북 공존방안 등은 일반적인 귀순자들과 달리 깊이와 폭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식량 배급으로 주민을 통제해 왔으나 식량난으로 평양을 제외하고 전국이 마비상태라는 것. 북한체제도 결국은 모두의 노력에 따라 무너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당장의 흡수통일 보다 독재자축출 후 남북을 격리시켜 남이 북을 도와 10여년후에 평준화되게 해야하며 북에는 이를 추진할 엘리트들이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사실 황씨 회견 및 조사결과가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정일의 폭악적인 개인 독재비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6·25남침을 비롯한 숱한 도발과 동족학살 등 김일성의 죄과에 관해 언급이 없었음은 유감이다. 또 주체철학의 공과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과 특히 최대 관심사인 이른바 황장엽 리스트, 즉 남한의 친북내지 동조자들에 관해 짤막하게 부인한 것은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황씨의 파일 및 황씨와 접촉했던 인사들은 밝혀져야 한다.

물론 황씨가 이날 강조한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 김정일의 선택과 침략 근성 등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며 대체로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진 내용들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인식돼 왔고, 예상돼 온 김정일체제의 내부와 대남전략 등에 관해 최고위직에 있었던 주체철학의 대부인 황씨가 증언하고 경고했다는데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김정일체제의 본질과 대남도발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에대한 만만의 대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굶주리는 북한주민과 김정일을 최대한 분리시켜 도와는 주되 침략의도는 사전에 분쇄시키는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펼쳐야한다.

한편 국민은 황씨의 경고와 증언을 깊이 새겨 김정일집단을 바로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인도주의, 동포애를 앞세우는 낭만적인 대북접근과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새삼 자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민족의 수령으로 섬기고 실패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철없는 일부 학생과 진보적인 인사들은 하루빨리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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