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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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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야마구치(산구)현 하기(추)시에서 「조춘보」라는 연극이 공연됐다. 작년 11월 후쿠시마(복도)현 아이즈와카마쓰(회진약송)시에서 이 연극을 감상한 하기 시장이 두 지방 사람들의 화해를 위해 시민들을 설득해 마련한 시민극단 공연이었다. ◆극의 내용은 메이지(명치)유신 주도세력인 야마구치 지방 사람들을 싫어하는 아이즈(후쿠시마)지방 사람들의 감정을 묘사한 것이다. 손녀딸의 애인이 하기 출신임을 알고 고민하던 아이즈 노인이 끝내 결혼을 승낙한다는 스토리이다. 원수로 여겨온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이 손녀사랑임을 깨달은 것이다. ◆두 지방 사람들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계기는 메이지 원년인 1868년의 보신(무진)전쟁. 야마구치 지방 군대가 중심이 된 도쿠가와(덕천) 막부 토벌군이 막부정권을 옹위하려던 아이즈군을 괴멸시킬 때의 잔학성을 아이즈 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다. 서로 혼사를 꺼릴만큼 두 지방 사람들의 감정의 골은 깊다. ◆어느 나라건 지역감정은 있다.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을 융화시키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감정 밑뿌리에 무엇이 있는지를 널리 알리는 노력으로 상호이해를 꾀하는 하기 시장의 자세는 두 지방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이와 반대인 것같다. 특히 대권을 꿈꾸는 용이란 사람들은 지역감정 촉발에 혈안이 된 듯하다. 표를 의식해 특정지방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대통령 후보 경선 입후보자에게는 패배의 잔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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