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무를 심어주자는 내용의 「숲속을 뛰는 어린이들」이라는 글을 쓴 후 한가지 변화가 있었다. 성북구청이 성북초등학교 뒷 사면에 뽕나무 90그루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뽕나무숲인 선잠단지와 이어지는 장소라서 의미깊은 식목이었다. 다만 학교 운동장에도 심어져 어린이들이 먼지는 덜 마시고 뽕나무 그늘과 오디열매는 즐겼으면 하던 소망은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겨져있다.
알고보니 학교 운동장에 숲을 만드는 데 문제는 「운동장은 어린이들이 뛰노는 널찍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교육자들의 애정어린 고정관념이었다. 널찍한 장소이면서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학교 운동장을 잔디밭으로 만드는 것 밖에 없다.
경남 남해군에서는 이미 10개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을 잔디밭으로 만들었다. 군청이 잔디씨를 제공하고 파종은 학교 동창회와 지역조기축구회가 맡았다.
서면의 성명초등학교는 4월말에 뿌린 씨가 한달 뒤에는 싹이 나더니 40일만에 수북한 잔디밭이 되었다. 『먼지 안 날리지, 다칠 위험없이 어린이들이 맘껏 뛰노니 정말 좋다』고 이 학교 우수도(59) 교감은 말한다.
잔디는 자주 물을 주고 농약을 뿌려주고 밟지 않아야 잘 자란다는 까다로움이 흠이다. 남해군청이 종자를 보급한 이 잔디밭은 다행히도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고 밟을수록 잘 자란다고 한다. 우교감은 『겨울을 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물도 특별히 주지 않았지만 잘 자란다』고 들려준다.
씨를 뿌리므로 조성비도 싸다. 남해군청에 따르면 평당 1만6,500원이면 가능하다. 성명초등학교는 조기축구회원이 트랙터를 몰고 부녀회원들이 씨를 뿌리는 정성을 기울인 덕에 1,000여만원에 2,300평을 푸르게 만들었다.
잔디밭 운동장이 더 아쉬운 이들은 회색 숲에 갇혀있는 도시의 초등학생들이다. 시공일은 단 이틀. 그후 40일만 운동장을 밟지 않으면 된다는데 40여일 쉬는 방학을 앞두고 잔디밭 운동장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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