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6일 조용한 선거 혁명을 일으켰다. 1929년 멕시코 혁명의 와중에서 태동한후 세계 최장수 집권당의 영예를 누려온 제도혁명당(PRI)이 68년 사상 처음으로 하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물론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이 이끄는 PRI가 하원내 1당의 지위를 내놓치는 않았지만 PRI는 이날 임명제에서 처음으로 직선제로 바뀌어 치러진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선거에서도 야당인 혁명민주당(PRD)에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이러한 PRI의 부진에 대해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장기집권에서 오는 유권자들의 식상함이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일기 시작한 변혁의 바람이 멕시코에도 와닿았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대통령 형제의 독직사건으로 대표되는 집권당 및 사회내 만연된 부정부패 문제이다. 이에 뒤따랐던 경제 실정에 의한 「페소화 사태」가 세번째 이유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보편적 인식이 멕시코 유권자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더 파고들면 개도국 수준에 머물렀던 멕시코 정치판의 민주화 진척이라는 가치가 드러난다. 즉 살리나스로부터 「거덜」난 국가를 물려받은 세디요 대통령이 혁명적으로 추진중인 「정치개혁」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세디요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야당과 일련의 정치개혁안에 합의했다. 이가운데 골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이다. 선관위에 파견된 여당측 인사들이 철수하고 이와 함께 이제까지의 「여당 프리미엄」도 사라졌다. 임명제이던 지자체장도 직선제 선출로 바꿨다.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는 세디요 대통령이 자초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경제를 살리고 정치·사회 개혁에 갈길 바쁜 세디요로서는 감시· 견제기능을 가진 하원에 대한 장악력 상실이 큰 부담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세디요가 더욱 크게만 보이는 것은 이번 선거에 깔렸던 그의 숭고한 개혁의지 때문인 듯 싶다. 흔히 우리는 경제가 한없이 추락할 때 「페소화 사태」를 겪던 멕시코에 비유했다. 아직도 멕시코와 비교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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