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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3주기와 김정일/이호재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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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3주기와 김정일/이호재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특별기고)

입력
1997.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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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폐쇄정책속 대미외교에만 몰두/남북관계 악화 초래이승만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공과는 한국현대사 논의에서 자주 비교, 평가된다. 이박사는 개인적인 공과와는 별도로,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성공 때문에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후임 대통령의 업적·역할과 연결돼 총체적으로 전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기준에서 김일성과 북한은 김정일정권과 연계해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지난 3년간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극심한 굶주림·국제적 식량구걸·탈북자 증가 등 학정에 관한 것 뿐이다. 3년전 김정일정권이 등장하였을 때 그는 비교적 젊었고, 그때까지 북한을 지배하던 「빨치산 혁명」세대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도층의 세대교체와 함께 경제개발과 개방·개혁 같은 과감한 변화가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북한 실정은 아주 실망스럽다. 김정일정권은 아직도 「군사력 강화 우선정책」과 개방·개혁을 거부하는 폐쇄정책을 무모하게 고수하고 있다.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직접 협상의 길이 열린 것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처럼 미국에만 매달리는 외교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북·미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활동을 북한 외교의 큰 성과로 자랑하면서 정말 필요한 남북간 직접 대화를 계속 외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과거 김주석은 그래도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인 72년의 「7·4공동성명」, 92년의 「남북 기본합의서」를 합의·성사시켰다. 이후락, 허담 등 비밀사절의 교환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그리고 사망으로 무산됐지만 카터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남북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그러나 김정일정권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 이제 겨우 4자회담 예비모임에 응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냉각에는 김영삼정부의 무능과 무정책도 책임이 크다. 한때 북한의 핵공갈과 「서울 불바다 위협」에 흥분했다가 최근에는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으로 북한정권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야단이다.

김정일정권이 몰락하기만을 막연히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북한정권의 폭력성과 무자비성을 깊이 생각하면 식량사정 악화로 북한정권이 조기붕괴할 것이라는 추측은 과장이거나 오판임을 알 수 있다.

폭력과 조직으로 통제되는 북한과 같은 철저한 독재체제가 굶주림 문제로 전복된 예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많은 주민이 굶어 죽은 아프리카의 여러 가난한 국가들은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고 오명을 얻었으나 정권은 아직 존속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남한을 능가하는 군사력이 주민통제와 정권유지의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가 증명하는 것처럼 경제발전으로 국민생활이 향상된 시점에서는 독재자에 대한 저항과 정권전복의 시도가 일어나고 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볼 때 우리정부가 장기적인 구상을 갖고 일찍이 대북경제협력과 투자를 적극 감행, 북한의 경제향상을 도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방법과 길을 찾아야 한다.

김정일정권도 개방과 개혁이 가져올 정권불안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남북 직접협상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체제 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깨쳤으면 좋겠다.

북한지도자들은 마오쩌둥(모택동) 이후에 덩샤오핑(등소평)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중국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 지도자들이 등의 실용노선을 김일성의 유훈처럼 깨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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