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속의 격랑 격랑속의 절도열창이 아니면 어떠랴. 부드럽게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73)의 독주회(2일 호암아트홀, 3일 예술의전당)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물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느긋한 서정,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두 손의 기교, 딱딱하지 않은 엄격함, 음표의 틈새를 뚫고 가끔 터져나오는 누를 길 없는 정열…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따듯하고 그윽했다. 「차가운 테크니션」으로 알려졌던 슈타커의 옛 모습은 노경에 들면서 부드럽게 변한 것 같다.
첫날 프로그램은 하이든, 브람스, 쇼팽, 바르톡이었다.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나 브람스의 「소나타 1번」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브람스는 음 하나하나가 치밀하고 섬세한 표정을 지녀야 하는데 슈타커는 슬렁슬렁 넘어갔다. 중간 휴식 후 쇼팽의 「첼로소나타」와 바르토크의 「랩소디」에서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났다. 쇼팽연주는 비상한 온기로 가득했다. 바르토크는 기교의 달인다운 선택이었다. 앙코르도 바르토크의 「루마니아 무곡」이었는데 본래 바이올린곡을 첼로로 그처럼 매끄럽게 연주하다니 놀라웠다.
둘째날은 많은 사람이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바흐 「무반주 소나타(1∼3번)」의 밤이었다. 과장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자연스러움이 다혈질의 귀에는 다소 기운없게 들렸을 수도 있으나 결코 균형을 잃지 않은 절도있는 연주가 아름다웠다. 그런 그도 가끔은 격랑에 휩싸이는지 2번과 3번의 마지막곡 지그에 이르러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내비쳤다. 2번의 세번째 곡 쿠랑트에서 단호하고 확신에 찬 연주를 마치고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앙코르는 5번의 사라방드였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6번 전 36곡 중 가장 단순한, 그래서 특히 아름다운 이 곡으로 그는 이날의 연주를 마무리했다. 고막을 두드리는 악보의 음 뿐 아니라 숨소리, 들리지않는 피의 격류, 심장의 박동이 한데 어우러져 설명키 어려운 감동을 만든다. 단정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들어가는 그의 등 뒤로 따듯한 박수가 오래 이어졌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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