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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내 삶 어디서 찾나/억울하게 끌려간 ‘삼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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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내 삶 어디서 찾나/억울하게 끌려간 ‘삼청교육’

입력
1997.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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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법정투쟁끝 승리/불행 또 없게 책 출간 계획『서류를 조작한 경찰관이 기소됐다고 짓밟힌 인권이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동업자와 경찰관의 모략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18년만에야 진실을 규명한 조모(56·경기 부천시)씨가 공권력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이자 절규다.

서울의 명문 공대를 나와 건축업을 하던 조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신군부의 기세가 등등했던 80년 9월 어느날. 『조사할 것이 있다』며 찾아온 황용하(64·구속중)씨 등 경찰관들에게 강제연행됐다.

영문도 모른채 국가보위위원회의 불량배 소탕계획(삼청교육대)의 B급 판정자로 분류된 그는 경기 포천의 군부대로 끌려갔다. 교육대에서 구타를 당해 허벅지가 패이고 온갖 욕설을 들으며 하루에도 몇차례씩 죽음을 왔다갔다하는 고초를 5개월간 겪어야 했다.

풀려난 조씨는 동업으로 지은 주택단지에서 1억3,0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하자 이를 가로채려고 동업자와 사건브로커가 경찰관 황씨 등과 짜고 자신을 삼청교육대에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아냈다.

곧바로 진실규명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권력의 무차별적인 힘뿐이었다. 「삼청교육대 출신」이란 꼬리표 때문에 변호사들도 고개를 돌렸다.

고립무원에 빠진 조씨는 자신의 무죄를 스스로 규명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법공부를 시작했다. 공소시효 10년을 얼마남겨 두지 않고 『서류가 조작됐다』는 관련자 진술을 얻어낸 조씨는 90년 황씨 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증거부족으로 패소했다. 경찰관들의 위증을 유도하기 위해 91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황씨 등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10여차례 담당 검사가 바뀐 5년여동안의 투쟁끝에 인천지검은 결국 지난달 23일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위증혐의를 밝혀내고 두 경찰관을 기소했다. 16년간의 와신상담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조씨는 『나같은 법률비전문가를 전문가로 만드는 불행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겪은 일을 책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을 맺었다.<인천=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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