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당당한 답변 돈세탁 등 추궁엔 “묵묵”/비교적 건강… 관심 떨어진듯 곳곳 빈자리7일 상오 10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김현철씨가 하늘색 반팔 수의차림으로 엷은 미소를 띤 채 법정에 들어섰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한때 「소통령」 「소산」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권세를 휘두르던 그의 가슴엔 「1815」의 수인번호가 붙어 있었다. 배탈과 발톱수술로 고생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머리를 짧게 잘라 단정한 느낌을 준 김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방청석과 재판부, 변호인석에 차례로 목례를 했다. 수사기간에 서로 얼굴을 붉혔을 대검 중수부 검사들과도 눈인사를 나눴다. 부인과 친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백50석 규모의 방청석도 빈 곳이 많아 수사당시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했다.
현철씨는 검찰의 직접 신문에서 국회 청문회때와 마찬가지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러나 청문회때 『기업인들에게서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던 것과 달리 66억여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청탁의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며 대가성은 완강히 부인했다.
당당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현철씨는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 비자금을 차명계좌에 분산 은닉하고 헌 수표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데 대해 검찰이 『실명제의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답변이 궁색한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93년 3월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 등 동문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신한종금 소송건에 대해 얘기가 오갔느냐는 검찰신문에 『그런 얘기할 계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가 곧 『술자리에서 오간 얘기라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현철씨가 재판을 받은 417호 대법정은 불과 1년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이 나란히 사법의 심판을 받았던 곳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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