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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시장은 ‘1318’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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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시장은 ‘1318’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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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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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의 대부분을 연예상품 구입에 쓰는 10대의 ‘변덕’ 취향따라 댄스팀 결성·해체를 ‘밥먹듯’/기획사마다 팬클럽 담당하는 부서두고 철저히 지원 관리/가요시장 대상층이 이젠 초등학생까지 낮아져우리 가요시장은 10대들만의 잔치인가?

괴성과 함께 스타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친구들과 떼지어 음반매장을 휩쓰는 10대. 13∼18세사이의 중고교생 또래인 10대(1318)들은 연 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요 음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파워집단」이다. 이들을 집중 공략대상으로 정한 음반기획사들은 아예 10대들로 구성된 댄스가수팀을 양산해 내고 팀해체와 결성을 반복하면서 가요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사단법인 「청소년 대화의 광장」이 전국의 청소년 2,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용돈 사용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용돈 가운데 55.2%가 음반구입비로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타의 사진구입와 잡지구독이 각각 15%, 10%로 조사돼 청소년 용돈의 대부분이 스타와 관련돼 있었다. 한 대형 음반매장 관계자는 『전체 음반 가운데 가요음반 매출은 60∼70% 정도이고 가요음반을 사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이라고 영파워를 설명했다.

10대들의 음반구매력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제일기획이 최근 3개월간 음반을 구매한 서울 남녀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대는 팝 3.01장, 클래식 3.16장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가요에서도 2.5장으로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가요 2.89장, 팝 3.80장 등 각 장르별로 가장 많은 음반을 구입한 20대가 음반시장의 최대고객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음반기획자들에게 10대는 가장 공략하기 쉬운 대상이다. D기획사의 기획자 L씨는 『20대 이상의 팬은 선호하는 가수가 뚜렷하고 한 가수의 음반을 장기간에 걸쳐 여러장 구입한다』면서 『그러나 10대들은 한 가수에 오랫동안 집착하지도 않고 학교나 또래집단의 유행에 민감해 좋은 가수를 기획해낼 수만 있다면 뜨는 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10대들의 취향에 맞는 노래와 가수를 「개발」하기 위한 음반기획사들의 경쟁도 필사적이다. 경쟁의 핵심도 상품성있는 10대 댄스가수팀을 만들어내는 것에 모아졌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된 댄스음악의 열풍은 「아이돌」이라는 10대 댄스가수팀을 등장시켰고 「H.O.T」 「UP」 「젝스키스」 등 최근 인기그룹으로 이어졌다.

경쟁자가 많다 보니 가수들의 인기수명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10대 댄스 가수의 경우 첫 앨범이 50만장 나가면 다음 앨범은 10만장 이상 보장된다. 그러나 그 이후는 아무런 대책이 없고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에 새 팀을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것이 기획사들의 공통된 말이다.

10대 팬들을 관리하는 일도 음반기획사 몫이다. 라인기획, 서울인프로덕션, 서인기획 등 대형기획사들은 10대들이 조직한 팬클럽을 전담하는 부서나 직원을 두고 이들을 철저하게 지원하고 관리한다. 해당 가수의 스케줄 등이 담긴 소식지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발송하고 악성루머나 언론보도를 해명하는 일도 도맡는다. 또 팬클럽 간부 청소년들과 긴밀한 유대를 맺고 공연장에 「박수부대」를 동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가요시장이 10대 위주로 변질된 것은 근본적인 시장구조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전국DJ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음반기획사는 모두 201곳. 가창력과 무대매너 등을 갖추고 몇년동안 장수하는 톱가수가 열손가락 안에 꼽히고 이들을 관리하는 대형기획사가 가요계를 장악하는 현실에서 군소기획사들이 살아 남는 길은 반짝스타라도 한 명 만들어 빠른 시간안에 이익을 남기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이상연 기자>

◎스타 평균수명 6개월,1년이면 장수만세/스타지망생의 일확천금 의식과 제작사들의 상업주의가 결합/처음부터 “1년만…”

「평균 수명 6개월, 1년이면 장수만세?」 스타의 단명 현상을 비꼬는 말이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애들도 가수들 얼굴과 이름을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한달이면 거의 물갈이되거든요』 매주 TV에서 방영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본다는 중학교 3학년 한동희군의 얘기다.

한군의 말대로 반짝 스타의 명멸은 가요계, 그중에서도 댄스뮤직 계열에서 두드러진다. 매니저 일만 4년째인 K씨는 『결성 때부터 아예 한 1년 정도 「장사」할 생각을 가지고 만드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짝스타 현상은 일부 스타지망생들의 「일확천금」의식과, 여기에 교묘히 편승하는 연예계 일각의 상업주의가 결합해 빚어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연예인이나 제작사 측 모두가 꾸준한 활동과 지속적인 관리보다는 단 한번으로 큰 돈을 움켜질 수 있는 이른바 「대박」을 노리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자질조차 검증이 안된 인적 자원을 가지고 단기간에 스타를 급조해내려니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일단 돈과 품이 과도하게 들고, 실력이 안되는 애를 밀어넣자니 촌지수수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 동원되기 일쑤다. 그렇게 해서 뜨면 과도한 투자비를 뽑기 위해서라도 겹치기로 출연시키고, 무리한 일정 등으로 마구 밀어붙인다. 실력이 변변치 못하니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 분명하니까 일단 떴을 때 얼른 뽑아야 한다는 식이다.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또다른 반짝스타를 제조해내면 된다』 가요매니저 J씨의 말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리의 왜곡된 대중문화 소비구조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10대 편향의 시장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J씨는 『특히 가요계는 10대들을 무시하고서는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청소년층은 가창력있는 오디오형 가수보다는 춤 잘 추고 용모 뛰어난 비디오형 가수들에게 더 열광한다. 그들에게 노래 그 자체는 어쩌면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라며 『그들은 좀더 새로운 이미지, 좀더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스타의 수명이 짧은 것은 실력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금새 질려버리는 10대 소비자들의 변화무쌍한 기호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황동일 기자>

◎스타를 꿈꾸는 사회 방송이 부추긴다/시청률만 의식,반짝스타 거품인기 포장

시청률만을 의식해 반짝스타의 거품인기를 포장해 내는 방송프로그램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연예 시장의 특징은 방송사로 대표되는 생산자가 대중문화 상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 가수가 스타덤에 오르면 인기가 식기 전에 이곳 저곳에 겹치기로 얼굴을 내밀게 하고, 방송사마다 시청률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타사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찍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사도 할 말은 있다. 한 드라마 PD는 『연예산업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예 매니지먼트는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체계적인 연예인력 양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장 캐스팅을 하려 해도 적당한 배우가 없어 몇주동안 고민할 때도 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시청률에 옭매인 방송국만의 책임이 아니라 연예인의 재능과 시청자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연예산업의 메커니즘에도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송 모니터 단체들은 『객관성도 부족한 시청률에 연연하는 방송사의 좁은 안목이 대중문화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단정한다.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모임」의 윤선희 회장은 『요즘 방송의 문제는 한마디로 시청자의 알 권리와 볼 권리를 박탈했다는 점』이라고 못박는다. 윤회장은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대상이 10대 청소년에서 초등학생까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다른 연령층의 시청자가 소외받는 것도 문제지만 방송이 어린 스타들의 화려함만을 부각하고 스타가 되는 과정에 깔린 고단함을 무시할 때 청소년들이 받게될 가치의 혼란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이러한 비판의 주요 대상이다. 순위 결정과정의 객관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돼 온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선정성과 10대 가수 출연여부, 립싱크 등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올 1월 한국방송개발원이 이들 프로그램을 모니터해 발표한 보고서는 『순위 결정에 음반판매량 등 객관적 수치보다는 10대 등 젊은 층의 선호도와 가요담당PD 등 선정위원의 주관적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방송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에 대한 시민 모니터운동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공영기관인 방송위원회를 비롯, YMCA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서울에서만 10여개, 전국적으로 30개 이상의 민간단체들이 독자적으로 모니터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PC통신망의 방송모니터 소그룹들도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 권수현 부장은 『건전한 시청자의 의견이 제작단계부터 반영되도록 모니터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방송사는 이익의 일부를 이같은 시청자 운동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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