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군부대에서 특정신앙의 강요로 말썽이 일고 있다는 3일자 한 조간신문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필자는 신앙이 없다. 하지만 종교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고, 더욱이 국가안보의 보루인 군에서까지 이런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육군 제2훈련소(논산)에서 군목과 기독교신자인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세례서약서을 나눠주고 서명을 하도록 하는 등 입교를 반강제적으로 권유했다는 것이다. 3월에는 경기 광주군 육군특수전학교에서 교육대장이 하사관후보생중 불교법회 참석자에게는 벌점을 주고 군내 법당주변에 오물을 뿌려 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종교갈등이 빈발하자 김동진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을 방문,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특정 종교에 의해 비롯된 군내부의 종교갈등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문민정부 출범 이래 육군 17사단의 법당폐쇄와 불상훼손, 제2훈련소를 방문한 안기부장의 기독교세례식 장려지시, 대통령의 국방부예배때 타종교차별 등 사회문제로 불거진 갈등도 여러 차례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종교갈등의 중심에는 예외없이 개신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장로대통령」이 들어서니 그렇지…』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 「이웃을 네몸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불교에는 일체 만물은 서로 의지하여 살고 있어 서로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연기의 법칙이 있다. 대선사 성철 스님은 생전에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죽으므로 저것이 죽는다」는 법어로 중생을 가르쳤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은 이처럼 궁극적으로는 같을 것이다. 단지 진리의 산을 오르는 길이 종교마다 다를 뿐이다. 혈연 학연 지연을 찾다못해 이제는 신앙으로 「내편」 「네편」을 갈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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