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후 3∼4시간 놔두었다 깔끔한 멸치 국물에 뜸들이듯 끓이면 별미졸깃하고 얇은 밀가루 반죽에 뜨거운 멸칫국물. 뜨뜻한 국물이 간절한 비오는 날이나 땡볕이 따가운 한 여름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별식으로 수제비만한 것이 드물다. 팔팔 끓는 멸칫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뚝뚝 떼넣기만 하면 별다른 재료나 솜씨가 없어도 되며 땀을 훔쳐가며 졸깃한 건더기와 뜨거운 국물을 떠넣다 보면 더위도 쫓아주는 「이열치열」음식이기도 하다. 수제비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먹기도 했지만 요즘엔 별미음식이 됐다.
수제비는 서민들이 많이 먹던 음식이라 사료에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조선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양대 이효지(가정관리학과) 교수는 『손으로 반죽을 뜯어넣는다는 뜻에서 수제비, 떠덕개비, 수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며 『국수틀이 없는 서민가정에서 손으로 국수반죽을 얇게 뜯어 익혀먹은 것이 유래』라고 말한다. 경남지역에서 군둥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제비는 밀가루 찹쌀 감자 메밀 보리 마로 반죽을 만든다. 메밀반죽을 미역멸칫국에 뜯어넣는 「메밀저베기」, 배추 버섯을 된장국에 넣고 밀가루반죽을 뜯어넣은 「버섯장국수제비」, 삶은 마, 밀가루, 콩가루를 반죽해서 끓는 물에 넣어 익힌후 육즙을 넣는 「산약발어」, 밀가루반죽에 쇠고기 양고기를 콩알만하게 갈아 넣고 끓는 물에 익혀 건더기가 영롱한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영롱발어」 등 수제비의 종류도 다양하다.
20년동안 수제비를 만들어온 「삼청동수제비」의 주인 한기영(48)씨에 따르면 수제비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반죽과 국물이다. 중력분 밀가루에 소금과 물만 넣고 1시간정도 치대어 20∼25℃ 실온에 3∼4시간 놔두었다가 끓이면 졸깃한 수제비를 맛볼 수 있다. 오래 반죽해야 손으로 뜯을때 수제비가 길고 얇게 늘어난다. 멸치 양파 다시마 무 파뿌리를 넣고 3, 4시간동안 고은뒤 체에 밭여 내면 고소하고 시원한 국물을 얻을 수 있다. 이 국물에 호박 감자 양파 부추 당근 새우살 조개살을 넣고 끓으면 수제비를 뜯어 넣은뒤 마늘로 양념한다. 조선간장에 풋고추를 썰어넣은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수제비를 맛있게 익히려면 밥뜸들이듯이 한번 끓으면 불을 줄였다가 다시 끓으면 불을 완전히 끈다. 찹쌀옹심이 수제비는 찹쌀과 멥쌀을 1:1로 익반죽한다. 멸칫국물에 들깨가루를 섞어서 끓이면 영양가 높은 찹쌀수제비를 맛볼수 있다. 미역국물에 찹쌀옹심이를 넣어 끓여도 좋다.
밀가루나 쌀가루가 아닌 잡곡으로도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 잡곡이 많이 나는 지방에서 많이 먹는 수제비가 감자, 옥수수 수제비다. 동양매직요리교실 이홍란(31)씨는 『졸깃한 수제비를 원한다면 감자, 덜 졸깃하지만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옥수수 수제비를 만들어 보라』고 말한다. 옥수수는 알갱이를 하나하나 뜯어내도 되지만 통조림을 쓰면 편리하다. 갈아서 체에 거른 옥수수와 밀가루를 1:1로 섞어 반죽한뒤 멸칫국물에 야채를 넣고 끓여내면 된다. 감자는 간뒤 앙금으로 남는 녹말을 모아 밀가루와 1:1로 섞어 반죽한다. 감자녹말만 사용하면 너무 찰져서 손으로 얇게 뜯기가 어렵다. 찹쌀옹심이처럼 감자녹말도 익반죽하면 옹심이를 만들 수 있다. 감자옹심이는 멸칫국물이나 미역국물 뿐아니라 콩국물에 넣어 먹어도 좋다.
한기영씨는 『수제비에는 파전 감자전이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일러준다. 감자전은 소금양념없이 감자녹말가루로만 부친다. 파전반죽은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동량으로 섞어 오징어 새우 홍합 깻잎 미나리 매운 고추를 다져서 넣는다. 파전반죽을 팬에 얹고 위에 실파, 쪽파를 놓아 전을 부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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