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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간의 ‘김개똥’/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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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간의 ‘김개똥’/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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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밭에도 이슬 내릴 때 있다」「개똥 밭에서 인물 난다」

그 개똥 밭에서 정말로 인물이 났다. 광해군이 사랑한 상궁 「김개똥」이 그 사람이다. 너무 예뻐서 그의 말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줬다. 하지만 이름이 하도 천해서 그대로 적기가 민망했는지, 아니면 한자로 「똥」자를 표기할 방법이 없었는지, 역사책에 기록된 그의 이름은 「김개시」다.

「시」자에는 「아파서 끙끙거림」의 뜻도 있다. 말하자면 개가 밥을 먹고 끙끙거리며 만들어 놓은 배설물이라는 의미다. 그냥 노골적으로 「김견분」이라고 적은 것보다는 사정을 봐 준 셈인지 모른다.

백과사전에도 「김개똥」은 없다. 「김개시」를 찾아야 나온다. 언제 출생했는지는 기록이 없고, 선조 때 대궐에 들어가 인조 1년 1623년에 죽은 걸로만 되어 있다. 광해군의 총애를 기화로 권신 이이첨과 함께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국정을 농단하다가 인조반정을 만나 반군에게 잡혀 참수됐으니 죽은 날 만은 확실할 수 밖에 없다.

시인 고은은 그의 시집 「만인보」에서 「김개똥」을 이렇게 읊고 있다.

<선조의 상궁 진작 광해군에 붙어 궁중의 권세 다 틀어쥐고 그가 걸어가는 데마다 금이 쏟아지고 옥이 흩어졌다 … 도대체 이것이 나라인가 일러 5백년 사직인가 비웃음 하나도 아깝거늘 비웃을 것도 없어라>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가 마침내 검찰에 의해 기소될 처지에 몰렸다. 대법원이 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화이트워터 사건 수사팀에게 제출하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화이트워터 사건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직후부터 악몽처럼 따라붙고 있는 부패스캔들이다. 아칸소주지사 시절 클린턴부부는 부동산업자 맥두걸과 함께 「화이트워터」라는 간판을 걸고 부동산개발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를 통해 맥두걸은 연방정부 보증으로 거액의 특혜대출을 받았다. 사법상 쟁점은 이 특혜대출과정에 클린턴부부가 개입했느냐의 여부다.

공교롭게도 「화이트워터」라는 이름이 닉슨을 파멸로 몰고 간 「워터게이트」를 연상시키는 데다 주지사 때 클린턴의 직권남용과 섹스스캔들, 힐러리의 불법행위들이 계속 폭로되고 있어 아무래도 무사히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 사건에 관련된 백악관보좌관 한사람이 이미 자살했고, 힐러리가 사건 은폐를 기도한 증거도 드러났다. 닉슨은 범법사실 자체보다 사실은폐와 거짓말 때문에 결국 사임까지 해야 했다. 미국인은 힐러리에게서 바로 그 거짓과 남편의 권력에 의지한 국정농단의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딸만 둘이고 아들은 없다. 둘째딸 타치아나 디아첸코가 엊그제 대통령 대외이미지관리담당 특별보좌관에 정식 임명됐다. 타치아나에게는 옐친재선팀을 막후에서 지휘해 승리로 이끈 공적이 있다.

옐친은 이제 그 막내딸의 말이 아니면 누구의 얘기도 안 듣는다고 한다. 그가 지금 추바이스와 넴초프 제1부총리 두사람과 함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실세라고 모스크바시민은 믿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가는 러시아의 온갖 이권과 특혜가 이들의 손에 농락되고 있는 것이다.

말년의 마오쩌둥(모택동)을 기만해 국권을 탈취하려 했던 장칭(강청)이나 필리핀의 마르코스정권을 망친 이멜다의 예도 있다. 반면에 육영수 여사나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통령부인도 적지 않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으나, 대통령부인은 국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들의 사람됨이나 몸가짐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7월 첫주는 여성주간이다. 여성단체 주관으로 대선주자 부인들을 초청해서 TV토론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성사가 된다면 여성주간을 더 뜻있게 하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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