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아닌 서울·평양서 만나자”한국일보사 주관으로 6월30일과 7월1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제2차 남북학술회의에 참석한 남북한 각계 인사 20명은 회의가 끝난 후 이번 회의에 대한 평가와 느낌,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한국일보에 보내왔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회의가 통일과 화합의 방법에서 다소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유익한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과 평양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남북 인사들이 직접 쓴 글을 소개한다.<가나다 순>가나다>
○북측 학자 접근방식 변화없어
◇구영록(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남측 단장)
95년 회의와 비교할 때 북한측 학자들의 접근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관념적 차원에서 보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용어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대화가 계속된다면 용어의 개념에 대한 차이가 좁혀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분위기는 95년 회의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서로 격한 말이나 논리전개를 자제했다. 이 점만은 분명히 달라졌고 특히 회의장 밖 대화는 비교적 솔직했다.
○이념개입 안되면 생각일치
◇이두식(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남북이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일상적인 용어는 물론 학술적인 용어에서도 혼란을 빚다보니 합의점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그러나 공석과 사석에서 몇시간 대화하다 보니 금방 한민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정치와 이념이 개입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생각의 흐름을 쉽게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술은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남북단일팀 구성 희망가져
◇이학래(대한유도회 부회장)
예·체능계쪽 학자들이 참가, 참여의 폭을 넓힌 게 이번 회의의 특징이자 의의다. 남북간 화해분위기 조성과 평화적인 통일이라는 점에서는 남쪽이나 북쪽 참가자들이 상당부분 의견이 비슷했다고 본다. 물론 방법론에는 의견차가 여전히 커 넘어야할 벽이 높다는 생각이다. 체육인의 입장에서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해 북측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감안할 때 언젠가는 다시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단응어리 해소계기 되길
◇장재철(조선종교인 협의회장·북측 단장)
한반도의 공동사활이 걸린 평화와 화합을 민간차원에서 논의하는 모임이 반갑다. 4일은 7·4공동성명 25주년이다. 분열과 고통 속에 마르고 타는 우리 민족 가슴마다의 응어리를 이번 모임이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뜨거운 통일염원과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로 우리의 역할을 다하자. 민심은 천심이다. 민간단체의 뜻이 민심이 아닌가. 이번 모임이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천적 의지를 보여주자. 한국일보사 등 주관단체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남북상호간 공통점 발견 의의
◇리연호(교육과학연구소 연구사)
우리는 누구나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그 방법을 모른다. 자기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거나 남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모임은 북과 남이 쌍방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고 무엇이 올바른 길이고 옳지 않은 길인지 따져보고 공통점을 많이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단순히 모여서 토론한데 그치지 않고 민간인들끼리 서로가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남북지식인 직접접촉 큰 의미
◇신정현(경희대 행정대학원장)
아직 남북관계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민간차원에서 남북쌍방의 지식인들이 서로 만났다는데 우선 큰 의미가 있다. 과거 국제회의를 통해서나 만났던 남북학자들이 제3자의 매개없이 직접 만나 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많은 점에서 견해의 차이가 발견됐지만 그런 차이를 서로 확인한 것은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본질적 문제를 회피해간 측면도 있지만 상호관심사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회의였다.
○견해차 있지만 만남 자체가 중요
◇이영선(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만나서 대화한 것 자체에 두어야 한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에 남북의 견해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보다 중요한 일은 대화를 통해 작은 것부터 공통의 테두리를 만들고 이를 넓혀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민간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안과 절차를 제안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 새 얼굴 많아 세대교체 추측
◇임용순(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이번 회의에 참가한 북측이 착실하게 내용을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통일과 평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회의나 사석에서의 행동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또 북한대표들 가운데 새 얼굴의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혹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북측과 개인적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아무튼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유익한 회의였다.
○95년 학술회의보다 한단계 발전
◇김경남(사회과학원 부소장)
산모 역할을 한 입장에서 이번 모임을 평가하자면 옥동자는 아니지만 정상아를 분만했다. 지난 95년 남북한·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에 비해 의의에서나 형식·내용면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많은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찾았으니 앞으로 실천과 노력에 진력하자. 이번 모임의 주최단체나 참가자 면면을 볼 때 남북한 역사상 첫 민간단체 회합이라는데 의의가 크다. 뜻과 소리를 같이 한 것이 큰 성과이며 자부심을 느낀다. 역사적인 이번 회담을 귀중히 여기자.
○통일염원 공유 등 확인 만족
◇박동근(조국통일연구원 실장)
이번 모임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북남 참석자들이 토론과정에서 95년때 보다 훨씬 많은 공통점을 찾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전 같으면 7·4북남 공동성명의 기본원칙부터 의견이 갈렸는데 이번에는 공동성명 기본원칙은 옳다는 것, 통일에 대한 염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등 공통적인 전제에서 출발, 구체적 실현방법 등에서 많은 일치점을 발견하는 등 한 차원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용어개념 달라 오해·불신 불러
◇안인해(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지를 발견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한 기회였다. 북측 참석자들은 회의장에서 가끔 적대적 대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회의장 밖에서 같이 식사할 때는 터놓고 가까워지려는 노력도 보였다. 특히 이런저런 기회로 안면이 있는 인사들끼리는 쉽게 친해졌다. 그러나 북측 참석자들이 외세 개혁 개방 등의 용어를 다른 개념으로 사용할 때가 많아 오해와 불신을 낳는 요인이 됐다.
○남북관계 진전 어려울 것 같아
◇이정복(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북측 참석자들을 만나서 토의하고 밥을 같이 먹고 술을 같이 마시는 일 자체가 의의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측 참석자들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정책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한데 반해 북측이 그렇지 못한 것은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앞으로도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북측 통일논리 경계할 점 많아
◇지만원(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북측 사람들이 보여준 공식석상에서의 발언태도와 사석에서의 대화 분위기는 상당히 달랐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역사와 피를 같이 한 하나의 뿌리로서의 민족애와 형제애를 느꼈다. 남측이나 북측 할 것 없이 가급적 상대방의 아픈 점이나 민감한 문제를 거론해 상대측을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 좋은 대화의 장이었지만 북측이 주장하는 통일논리는 경계해야할 대목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50년만에 본격 민간대화 성과
◇김광일(조국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사적인 7·4북남공동성명 발표 25주년을 눈앞에 둔 뜻깊은 시기에 북과 남의 민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허심탄회한 토론과 회합의 장을 마련했다. 기쁘고 감개무량하다. 비록 이틀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의 회합이었지만 분열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본격적인 민간단체 대화였다. 공통점을 내세우고 차이점을 뒤로 미루면서 화합과 신뢰를 도모하고 민족의 대단결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구체적 통일방안 논의 뜻깊어
◇원동연(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책임참사)
이번 회의는 95년에 이은 2차 회의지만 학자들 뿐 아니라 북남의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해방후 북남연석회의에 이어 49년만에 최초의 「열린 회의」로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서로의 입장이나 상호간의 견해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도를 진지하게 모색했다는 것도 뜻이 깊다. 이번 회의는 95년 학술회의보다 더 격의없는 토론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북 진보그룹 입지확대 지원을
◇오기평(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북측 참석자들은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외면하고 7·4남북공동성명의 원칙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남북기본합의서는 7·4공동성명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모임은 이를 더욱 진전시키는 기회가 됐어야 했는데 아쉽다. 북측 참석자들이 비록 경직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북한내에서는 진보적 그룹에 속한 그들이 입지를 넓혀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주 만나야 서로 입장 알아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
95년 1차회의에 이어 두번째 참석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95년에 비해 남북관계가 긴장돼 그런지 서로 말을 조심하고 절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때문에 기본원칙에는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었으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남과 북이 모두 유보적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측 참석자들의 개인적 성향과 입장을 알고 접근할 수 있었으므로 논의의 수위조절이 용이했다. 남북이 자주 만나 서로 좋은 점을 배우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현실근접 솔직한 대화 유익
◇황병기(이화여대 국악과 교수)
이번 회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유익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북의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비교적 솔직했다는 점이다. 상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이 비교적 현실에 근접한 생각들을 많이 개진했다.
물론 앞으로 내실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학자들이 실질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좋은 면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평화통일 방도 모색 계기삼아야
◇리금철(사회과학원 연구사)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모임」은 북남간에 충돌을 피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했다. 각계 인사가 참여한 첫번째 모임으로 평화·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석자들은 이번 모임을 계기로 대결과 충돌을 피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반평화 반통일 세력들의 책동을 막고 공명정대하고 평화애호적인 통일실현을 위한 디딤돌을 놓자.
○우리세대에서는 통일이뤄야
◇전영남(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분단된 북과 남이 이렇게 「화해와 단합」의 모임을 통해 미래를 논의해 감개무량하다. 특히 올해는 7·4북남공동성명이 나온지 25돌이 되는 해이다. 당시 고등중학교 4학년(15살)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너희 때는 통일된 조국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감격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 세대에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박해진다. 이번 회의가 평양과 서울에서 열리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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