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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유감/성석제 소설가(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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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유감/성석제 소설가(1000자 춘추)

입력
1997.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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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뒤, 내가 내 다리에 관심을 갖게 되자 뜻밖에도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또 놀라게 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대접 수준이었다. 관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새로운 장애물이나 만들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한 두 번 드는 게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홀짝수층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퇴원 이후 최초로 만난 「원수」였다.한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고층건물 엘리베이터는 3층 이하는 서지 않도록 조정돼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운행층을 홀수, 짝수로 해놓은 듯하다. 내가 가끔 나가던 출판사가 들어 있는 건물은 1, 3, 5 같은 홀수 달에는 홀수층을 운행하고 2, 4, 6 같은 짝수 달에는 짝수층만 운행한다. 5층에 가기 위해 4층이나 6층에서 목발과 난간의 도움을 받아 죽을 힘을 다해 오르내리다보면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욕이 안 나올 수 없다.

도대체 홀짝수 운행을 하면 남는 돈이 얼마길래, 또 그 돈을 어디에 훌륭하게 쓰길래 이토록 사람을 골탕먹일 수가 있나. 물리학을 잘 아는 분께 들으니 그렇게 해서 에너지 절약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만만한 설비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걸어다니도록 하는 효과는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럴 바에는 왜 비싼 돈 들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일이 엘리베이터뿐만은 아니다. 늘 멈춰 있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밤낮 어두컴컴한 터널, 늘 꺼져 있는 가로등이 모두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사람을 에너지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사람보다 기계나 물건이, 나아가 위대한 물신이 최고인 세상에서 이래저래 차별대우 받은 사람들이 모두 화병으로 죽고 나면 푹 쉬던 엘리베이터와 신제품이나 다름없는 에스컬레이터와 쌩쌩한 전구들끼리 천년만년 잘살까, 못살까.

에너지를 낭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쓸 데는 써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보다 에너지를 중시하는 오만방자한 구호 지키느라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필진이 바뀝니다

오늘부터 천자춘추의 필진이 소설가 성석제, MBC PD 주철환, 영화기획자 채윤희(올댓시네마 대표), 출판인 윤정미(베스트셀러 사장)씨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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