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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홍콩 보통인(김용정 논설위원이 본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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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홍콩 보통인(김용정 논설위원이 본 홍콩)

입력
1997.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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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비 내리는 홍콩차이나 첫날/보통인들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하다홍콩 보통인의 직업은 상업이나 서비스업이다. 30대에서 50대 중반에 집중되어 있고 월수입은 2만2,000홍콩달러(250만원)선이다. 또 각자 소유하고 있는 주택규모는 20평 정도이고 자녀수는 2.5명이다. 지난해 정청산하 연구단체가 실시한 이색적인 조사내용이다. 전체인구로 보면 65%(416만명)가 보통인에 속한다.

홍콩은 이들이 사실상 주인이며 터줏대감이다. 여론도 이들이 좌우한다. 이번의 역사적인 축제때는 이들은 침묵만을 계속했다. 지난달 30일 밤과 1일 새벽에 시내를 휩쓸다시피한 군중도 주로 젊은이들이거나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이들 보통인 가운데 한 사람이 리젠화(이건화·59)다. 주룽(구룡)의 번화가 침사쵸이(첨섭저) 뒷골목에서 33년째 옷장사를 해오고 있고 구역상인연합회장직도 맡고 있다. 부친이 49년 대륙공산화직후 푸젠(복건)성에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이씨를 데리고 낡은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이씨는 또래의 보통인들중 공산당이 싫어 탈출해 온 사람들이 전체의 35%쯤 된다고 말했다. 또 원주민의 후예가 5%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전체의 60% 가량이 굶주림때문에 이주해 온 가족으로 볼 수가 있다.

이 「보통인」들이 지금 제일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보통인이 아닌 주민중 부자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여유가 있으니 웬만한 불만쯤 별문제가 아니고 거의가 이미 이중 국적취득으로 여차하면 이곳을 떠날 준비도 되어 있다. 또 극히 가난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체념한 듯 무감각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 보통인들이 지금도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는 한창 시끄러운 입법국(국회) 파동이나 집회제한조치 등 때문이 아니다. 반환전부터 오성홍기가 시내를 뒤덮다시피 했는가하면, TV에선 대륙이 특별제작한 선전방송이 계속된 후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홍콩 보통인의 대부분이 공산당을 기억하거나 알고 있다. 특히 문화혁명때나 천안문사태 때는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젊은이들이 광풍처럼 몰려다니고 파괴하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앞으로 대륙인이 대량유입되면 사회질서 파괴에 괸료조직의 부패까지 몰아닥칠 것도 이들을 침묵하게 한 이유이다.

이씨 주변에 몰려있던 동료 보통인들은 당장 사회일각의 콴씨(관계)오염을 걱정한다. 「콴씨」는 우리가 말하는 「빽」이나 배경이다. 출세하고 돈을 벌때 관을 상대해야 할때는 반드시 콴씨가 있어야 한다는 대륙의 못된 풍조가운데 하나다. 「까오오씨」(콴씨를 구축함)를 하지 않고서는 어떤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습관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혈연관계의 친척에서부터 지연 학연 동료 동업자 콴씨 등 엉뚱한데 노력을 쏟아야 할 판이니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이제 어렵게 될 것이란 절망감마저 엄습한다.

이제 떠들썩하고 화려했던 회귀경축잔치도 끝났다. 보통인들은 모두가 정치쇼라고 빈정대기까지 하는 가운데 1일 새벽엔 4,000명의 인민해방군이 장갑차와 트럭 군함을 타고 속속 진주했다. 궂은비가 내리기때문인지 거리 인파는 새벽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평소와 같이 문을 연 상가에는 쇼핑손님이 별로 없다. 보통인들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할 뿐이다. 앞으로 홍콩 보통인들의 고뇌는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홍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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