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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만든 어린이도서관 여의도 새마을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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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만든 어린이도서관 여의도 새마을문고

입력
1997.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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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맹모는 도서관을 만든다/“책읽기 강요보다 독서환경이 중요” 팔 걷고나선 어머니 40명/동사무소 빈공간 빌려 2,500권 직접 고르고 돌아가며 사서 역할「자녀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다」는 어머니들이 직접 나서서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5월말에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마을문고가 그곳. 초등자녀를 둔 어머니 40명이 동사무소 3층 10여평의 공간을 빌려 시작한 이 도서관은 대출과 운영 등 모든 일이 자원봉사로 꾸려지고 있다.

이 도서관에 구비된 도서 2,500여권은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선정한 권장도서목록을 참조, 어머니들이 직접 고른 것들이다. 유아들을 위한 그림동화책에서 초등 고학년을 위한 과학·역사서적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이 어떤 책을 골라들어도 안심이다. 아이들에게 책만 떠안기지 않기 위해 어머니들은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중서부지부장을 맡고 있던 김선엽(39)씨. 지난해 둘째 딸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아동극지도를 맡으면서 다른 어머니들과 가까워지게 됐다. 방송통신대에서 유아교육을 공부중인 김씨는 방과후면 어머니 7명과 품앗이교육을 실시했다. 한참 문자를 깨쳐가는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줘야 좋은가」란 것이 당시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권하기 보다 스스로 책을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 여의도동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던 새마을문고가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던 차여서 그 공간과 책을 인수받기로 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4,500권 가운데서 추려내니 볼만한 책은 1,000권 정도. 어머니들이 모은 돈과 영등포구에서 지원받은 돈 320만원으로 새로 850권을 구입했고 영등포도서관에서 600권을 장기대여받았다. 아직 빈 서가는 후원금으로 좋은 책만 골라 채운다는 계획이다.

평소 친분있던 같은 지역 주부들이 자원하면서 봉사자들도 40명으로 늘어났다. 주부들은 돌아가면서 반나절동안 사서가 된다. 권임경(36·성모병원 병리검사실 근무)씨는 수요일 오후마다 휴가를 내 도서관근무를 한다. 주부인 편숙희(39)씨는 월요일 하오에 당번인데 『만화나 컴퓨터게임을 즐기던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엄마를 보려고 학교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오더니 요즘은 위인전 읽는데 재미를 붙였다』고 말한다.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높다. 가구당 3,000원씩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가정이 벌써 100가구를 넘어섰고 매일 하오면 40∼50명의 어린이가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은 책을 대출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개관기념으로 지난달 12일에는 오춘식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을 초청, 「자녀의 독서지도」에 관한 강연을 가진데 이어 14일에는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동화를 읽고 내용을 인형극으로 꾸미는 「동화교실」도 열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이런 모임을 한달에 한번씩 가질 예정』이라고 말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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