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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위원장 뜻대로?

입력
1997.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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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별 대의원 35명 대부분 “지지후보 달라도 위원장 따르겠다”/사전면담·간담회 등 ‘집안단속’ 분위기속 일부에선 자율투표 선언도1만2,393명의 신한국당 「대심」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직 후보등록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정발협, 나라회 등 계파별 지지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를 찍겠다」고 공언하는 대의원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대부분 『위원장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 사하갑 지구당(위원장 서석재 의원) 김국진 대의원.

『나를 비롯한 35명의 대의원 중 아마 90% 이상이 위원장 뜻에 따를 것으로 본다. 대의원들은 이 지역구에서 서의원이 5선을 하는 과정에 최측근에서 보좌한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서의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위원장이 미는 후보가 정발협이 지지를 최종 결정한 후보와 다르다 해도 끝까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르겠다』

그는 『지역정서와 다르거나 같은 지역 사람이 아닌 후보를 위원장이 추대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위원장도 사전에 대의원과의 면담이나 간담회 등을 통해 지지 이유를 이해, 설득시키겠지만 명분이 뚜렷하다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경기 안성지구당(위원장 이해구 의원)의 정백헌 대의원은 이미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상태다. 그는 『마음 속으로는 지지후보를 이미 결정했고 위원장을 위해서라도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위원장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지만 위원장 뜻과 대의원의 뜻이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의중에 있는 후보와 위원장이 추대하는 후보가 다르면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는 『지지후보가 바뀔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위원장의 뜻을 따를 것이다. 위원장과 한 배를 타고 있는데 이반할 이유가 있겠는가? 1, 2명 정도 위원장에게 섭섭한 감정이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대부분은 위원장 뜻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원장인 이상희 의원이 이미 경선에 대한 중립선언과 대의원 자율투표를 선언한 부산 남지구당은 분위기가 여타 지구당과는 다르다.

김주병 대의원은 『완전 자율적으로 투표에 참가하겠다. 단합해 표를 몰아주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위원장이 중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각자 생각에 따라 투표하기로 결론났다』며 『그 이후는 대의원들이 모여도 「위원장을 위해 누구를 찍어야 하냐」는 등의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대국적 견지에서 후보비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위원장이 어느 후보와 가깝다는 소리는 들리지만 그런 점에 개의치 않고 우리 당을 위해서 투표하겠다』고 덧붙였다.<염영남 기자>

◎‘대의원을 내품에’ 용들의 경쟁/위원장과 물밑접촉에서 청문회·택시투어까지 비장의 카드 총동원

신한국당 대통령 경선주자들은 대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구당 방문, 지역 책임자를 통한 대의원 설득, 지속적인 관리, 각종 우편물 보내기 등 기본전술 외에 비장의 카드가 총동원되고 있다.

처음부터 「대의원 혁명」을 주창하며 선거운동의 초점을 대의원들의 반란 유도에 맞춰온 박찬종 고문, 이인제 경기지사, 최병렬 의원 진영이 특히 두드러진다. 박고문 진영은 조직적 기반 취약과 세 열세를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집중 부각해 만회한다는 전략 아래 현장에서 열리는 소위 「후보검증 청문회」를 30회 이상 진행해오고 있다. 자동차에 칠판을 싣고 다니며 박고문이 직접 분필을 들고 1문1답식 청문회를 이끈다. 이지사는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택시기사들에게서 직접 밑바닥 여론을 듣는다는 「택시 투어」를 하고 있다. 최의원은 택시 대신 「미니버스 투어」다.

당내 조직기반이나 지지세력이 비교적 탄탄한 이회창 전 대표, 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진영에서는 보다 조직적이고 치밀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이대표 진영에서는 이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각 지역별 책임자나 지구당위원장들과의 물밑 만남에 치중하는 편이다. 이한동 고문은 개인 서신과 각종 홍보물 등 우편을 애용한다. 지구당 몫의 대의원이 뽑히기도 훨씬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당연직 대의원을 중심으로 개인 서신만 3, 4회, 홍보물은 10여 차례 발송했다. 이수성 고문 측은 지구당 방문 틈틈이 「국토성지순례」를 끼워넣는 것이 눈에 띈다. 안동 하회마을, 통일전망대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 중심이다.

개정된 당헌·당규 규정이 대의원의 여성비율을 20%로 의무화함에 따라 각 진영에서는 여성표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은 지구당(서울 서초을)의 여성 대의원 몫을 40%(14명)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과열, 혼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심한 것은 역시 돈문제. 한 대선주자 진영의 실무관계자는 『여당 사람은 「공중전화」라는 말이 있다. 돈을 넣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뜻』이라며 『식사비 정도는 기본이고 도에 넘친 요구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주기도 어렵고, 거절하자니 표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황동일 기자>

◎역대 정당 경선사례/70년 신민당 대선후보 선출/YS­DJ 역전명승부 이후 ‘합종연횡 드라마’ 실종

70년 9월29일,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신민당 대통령후보 지명대회. 유진산 당시 신민당총재의 지원과 주류 당권파의 지지 하에 압승을 장담하는 김영삼 후보와, 비주류 대표를 자임한 김대중 후보가 격돌했다. 1차 개표 결과. 총 투표수 885표 중 김영삼 후보 421표, 김대중 후보가 382표를 얻어 어느 쪽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 곧 바로 2차 투표. 하오 4시30분께, 2차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김홍일 전당대회의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영삼 후보 410표, 김대중 후보 458표』 김대중 후보가 80여명의 대의원을 확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이철승계와의 숨가쁜 합종연횡 끝에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오랫동안 한국 정치사는 합종연횡의 드라마도, 패기만만한 세대교체도 이뤄내지 못했다. 여당사상 최초의 자유경선으로 기록될 뻔했던 92년 5월의 14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자당 전당대회는 경선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문제삼아 이종찬 후보가 전당대회 직전 경선거부를 선언, 탈당함으로써 모양새를 완전히 구겨버리고 말았다. 5월19일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은 전당대회 결과는 총투표수 6,660표중 김영삼 후보 4,418표(66.3%), 경선거부를 선언한 이종찬 후보 2,214표(33.3%).

야당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92년 민자당 전당대회 직후에 있은 5·27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은 일찌감치 대세를 장악한 김대중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 끝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총투표수 2,348표 중 김대중 후보 1,413표(60.2%), 이기택 후보 925표(39.4%).

15대 대통령 선거 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일찌감치 끝낸 국민회의·자민련 전당대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각각 김대중 후보(77.5% 득표), 김종필 후보(82.3% 득표)의 압승.<황동일 기자>

◎대의원 선출과정 문제점/규정도 없이 뽑는다/당헌·당규 등 관련절차없이 당직순서따라 선임 일반적/위원장 독단결정도 많아

우리나라 정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과정은 과연 민주적인가? 결론은 부정적이다. 구체적인 대의원 선출절차가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선임과정도 민의와 당원 의견보다는 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도록 짜여 있기 때문이다.

당헌·당규에 명시된 전당대회 대의원 수와 선출기관은 정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한국당의 경우, 각 지구당과 시도지부에서 35명씩 뽑는 지구당 및 시도지부 대의원이 9,971명이고 중앙당 당무회의와 중앙위원회에서 선임하는 대의원이 각각 483명과 577명이다.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중앙당 고위당직자, 광역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을 합하면 1만2,393명에 달한다. 국민회의는 각 지구당과 시도지부에서 각각 10명씩 선출한 사람에 중앙당 대의원 300명과 당연직 대의원을 합해 4,368명이다. 자민련은 지구당과 시도지부마다 20명씩, 중앙당에서 400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신한국당 대의원 선출기관은 원칙상 지구당대회와 시도대회지만 대부분 운영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구당대회의 위임을 받아 지구당 위원장이 상무위원회 인준하에 대의원을 선임할 수 있고, 자민련도 지구당위원장이나 운영위원회가 위임받아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의원선출에서 각 당의 공통점은 선출 절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는 것. 지구당에 대의원 선출과 관련한 모든 절차와 방법을 일임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대의원 선출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하고 대의원의 자질과 대표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대의원 선출방식은 지구당위원장이 핵심 운영위원과 논의를 거쳐 지구당 부위원장과 협의회장, 여성위원장, 시·군·구 의원, 후원회원 등 당직 순서대로 선임하는 것이다. 가장 간편하고 잡음이 없기 때문. 아예 운영위원회에 일임하는 지구당도 있으며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사를 중심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공정성 및 자질 시비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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