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법에 “민족정기”로 맞대응/전 광복회장 등 증인 고령불구 “즉각석방” 열변『광복 50년의 역사를 돌아봐도 민족반역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민족정기를 바로세운 박동지가 법정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픕니다. 제가 증인석이 아닌 피고인석에 함께 서서 재판을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씨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박기서(47)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2차공판이 열린 1일 하오 4시 서울고법 303호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한국독립유공자협회 부회장 조문기(70)씨가 노구에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방청석은 한국독립유공자협회 백범기념사업회 민족정기구현회 회원 30여명이 메우고 있었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재진 부장판사)는 재판시작전 방청석에서 『기결수도 아닌데 포승을 묶어 재판받게 할 수 있습니까』라는 항의가 터지자 박피고인의 포승과 수갑을 풀어주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조씨와 전 광복회장 이강훈(96)씨가 증인선서를 하는 동안 이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다. 조씨와 이씨는 증인신문에서 『백범의 암살범을 살해한 것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박씨를 즉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순간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사건 변호인인 임통일 변호사는 『증인신문이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박피고인이 「소영웅주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확신범」임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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