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권주자들이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쟁패를 연출하고 있으며 국민은 그 귀추에 대해서 온갖 추측을 하면서 구경꾼 노릇을 한다. 언론은 해설을 하는데 열을 올리면서 흥미를 가중시키고 교수라는 사람들이 각기 어느 진영에 가담해 싸움만을 키운다.선거라는 이름의 대축제가 벌어지는 것을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소란스럽지 않고 큰 일을 치를 수는 없다. 여당후보는 어떻게 되는지 누가 당선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대통령선거는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니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이다. 일을 시킬 사람이 일꾼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킬 일이 무엇인가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서 최상의 일꾼을 선발해야 한다. 머리는 남에게서 빌릴 수 있다고 하는 대통령은 다시 없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크게 보아 세가지이다. 통일 경제 교육이다. 그 세 과목으로 입학시험을 실시한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말이다. 나는 그 가운데 특히 교육분야에 관심과 식견이 있다고 여겨, 이 분야 시험의 출제와 채점에 참여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고 싶다. 다른 두 분야, 통일과 경제에 관해서도 이런 방식의 시험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지금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외를 없애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 둘을 각기 힘써 추진하면 둘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세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방책이다. 과연 그럴 수 있는가. 대학교육의 향상과 과외없애기를 둘 다 이룰 수는 없다고 보면 두번째 문제가 제기된다. 전국대학의 질을 일제히 향상시킬 수는 없으니 특정대학을 중점 지원하고 대학원중심대학으로 육성하자고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렇게 하면 대학의 격차가 더 벌어져 과외열기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과외를 없애려면 대학을 평준화하고 대학의 정원을 입학희망자만큼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대학교육의 향상은 포기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향상을 위해 과외없애기를 포기할 것인가, 과외없애기를 위해 대학교육의 향상을 포기할 것인가.
그 둘 가운데 어느쪽을 택하든 무방한 것은 아니다. 과외없애기를 위해 대학교육의 향상을 포기하면 나라가 망한다. 대학교육의 향상은 어떻게든지 달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면 그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한 세번째 문제가 제기된다.
특정대학을 대학원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적절한 대책인가 의문이다. 어느 대학이든 교수진, 도서, 연구시설이 크게 모자란다. 놀랄 만큼 많은 예산을 일거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수많은 장애요인 탓에 낭비가 되고 만다. 전국 대학에 흩어져 있는 뛰어난 교수들이 대학원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게 배제하는 것은 기존자산의 불용이니 새로운 예산낭비보다 더 큰 잘못이다. 그래도 좋은가.
그럴 수 없다면 최고수준의 대학원중심대학을 별도로 신설해야 하는가, 아니면 전국의 교수진을 최대한 활용해 대학원을 통괄해서 운영하고 도서와 연구시설은 공동으로 갖추어야 마땅한가 하는 것이 네번째 문제이다. 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했다 해도 학생 질에서 현재의 일류대학을 능가하지 못하면 허사가 된다. 다행히 일류대학 위의 최일류대학이 생기도록 하는데 성공하면 과외열기를 가중시킨다. 대학원대학을 신설하지 않고 대학원은 전국 범위의 대한민국 대학원 하나만으로 하면 투자효과가 극대화하고, 우선 대학원에서부터 어느 곳 출신인가 가리는 학벌이 없어져 과외열기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기대한다. 어느쪽을 택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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