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선거방식에서 경선은 필요 불가결한 절차이다. 경선은 또 그 과정에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순기능적 측면도 있다. 집권여당이 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지난 92년 민자당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여당은 경선과정의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취지아래 경선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경선행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게한다. 의례 어느 선거때나 세몰이와 상호비방은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신한국당 일부 대선주자들의 언행을 보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낯뜨거운 비방전이 난무하고, 이진영 저진영 기웃대는 꼴볼견의 줄서기가 횡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신한국당 경선양상은 이회창 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싼 이대표대 반이대표 진영간의 공방이 전부였다. 국민들은 그 공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대표직이 무엇때문에 경선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인지, 대표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인지, 반이대표 진영의 요구가 억지는 아닌가고 고개를 갸우뚱 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대표직이 그렇게 문제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히는데 왜 대표는 그 자리를 계속 고수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선듯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발협」과 「나라회」에 대해서도 그렇다. 대세몰이를 한다고 이대표진영을 비난한 정발협은 이대표에 대한 공세를 이용해 반이진영 세몰이에 나섰다. 또 나라회는 당내화합을 위해 정발협에 대화 하자고 해놓고 은근히 발목을 잡고 늘어지며, 특정주자 편만을 들고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모든 공방의 목적은 세몰이였던 셈이다.
지금의 신한국당 경선의 모습은 5년전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대세 굳히기를 하는 쪽이나 반대로 그 대세를 차단하려는 쪽 모두 진영과 사람만 바뀌었을 뿐 정치적 행태는 판에 박은듯 하다. 정발협을 주도하는 핵심인사들은 5년전 민자당 경선때 이른바 「YS대세론」을 외치며 세몰이를 주도했던 민주계 인사들이다. 그들은 지금 거꾸로 「이회창 대세론」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신한국당이 공식 선거운동기간만이라도 공정한 게임에 의해 화합과 결속의 축제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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