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버려야”/“정직·근검바탕 법 엄정집행통해 사회악 제거/정부 기초과학투자 확대해야 경제회생 희망”하두봉 광주과학기술원 원장은 『우리나라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책임은 배타적 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진단하고 『우리 모두가 자성하고 사회지도층이 나서 국민의식개혁운동을 벌여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과 부조리는 결국 정직하지 못한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근검절약하는 생활과 가차없는 법 집행을 통해 사회악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편집자 주>편집자>
―우리나라가 현재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근본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재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위기는 그 책임이 다른데 있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정치가 부패했다고도 하고 정경유착이 오늘날의 경제적 위기를 초래했다고도 하는데 그것을 저지른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 국민 자신입니다. 우리는 현재 배타적 이기주의에 너무나 젖어 있습니다.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은 없고 오로지 나 하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비뚤어진 개인주의에 젖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합니다. 사회의 지도층이 앞장서서 언론이나 교육을 통해 국민의식개혁운동을 벌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혼란이 거듭되고 경제도 최악의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명경시풍조 등 사회윤리 파괴현상도 심합니다. 이같은 혼돈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근본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건전한 가치관과 윤리관을 가져야 되겠지만 그것은 오랜 시일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교육과 사회계몽을 통하여 사회윤리회복에 꾸준히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우리 모두가 정직성을 몸에 지녀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과 부조리는 결국 우리들이 정직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현실적으로는 「돈이면 다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고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를 없애기 위해 우선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부터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차없는 법 집행을 통해 사회악이 횡행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한총련사태 등을 계기로 학생운동의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습니다. 평생을 대학에 몸바쳐 오셨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최근 일련의 한총련사태는 학생운동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 목적이 정당하였다고 하더라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학생운동에는 이상을 추구하는 순수성이 있어야 하고 다른 모든 단체의 운동이나 마찬가지로 준법성을 지녀야 합니다. 학생이니까 관용한다는 말들을 흔히 듣습니다만 나는 오히려 지성인인 학생이니까 더 엄하게 법대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육계의 촌지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더불어 초중고교의 사교육비 지출이 상상을 초월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근본적인 교육제도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위 촌지문제도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촌지를 통해 제 자식만 잘되게 하려는 비뚤어진 생각은 올바른 부모의 생각일 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앞서 말한 배타적 개인주의에서 연유한 것으로 우리 모두가 의식을 개혁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역시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서 언론을 통해 계몽하는 수밖에 없고 또 교단에서도 촌지로 물의를 빚은 선생님은 더이상 교단에 설 수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해가야 되겠습니다. 과외비 지출문제는 직접적으로는 대학입시 과열에 원인이 있지만 이 입시제도는 아무리 바꿔도 현재와 같은 「이상교육열 상황」에서는 별로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외는 학교내 공교육으로 흡수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한국」을 이룩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과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근 경기침체의 주된 원인은 우리 공산품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천적 원인은 우리 과학기술의 후진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60년대부터 공업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선 손쉬운 기술도입과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로서 고도성장을 이룩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독자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 과학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대학의 기초과학기술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기초과학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를 기업에 떠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기때문에 정부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우회하는 길 같아도 사실은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과학한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중요할 것입니다. 과학인재 육성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 초등학교학생들의 수학과 과학실력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보도를 최근 본 일이 있습니다. 미국의 모 평가기관이 발표한 것인데 세계 26개국 50만명의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어린이가 수학은 싱가포르에 이어 2위, 과학은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볼 때 이 우수한 두뇌들이 고교 또는 대학에서 녹슬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입니다. 이 것은 우리들의 그릇된 교육열과 그에 연유한 대학입시의 과열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이 왜곡되고 과열된 교육열이 하루 속히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과학한국을 이룩하기 위한 당면 과제는 무엇이고 장기대책과 방안은 어떤 것이어야 합니까.
『우선 당면과제로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이 활발해져야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연구개발의 주역인 과학기술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의 기초과학기술연구에 정책적인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장기대책으로는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계에 모여들도록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우대와 과학기술계 대학졸업자들의 직장보장도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와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학의 대중화와 전국민의 과학적 사고방식 함양에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정보통신시대를 맞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먼저 정보화마인드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는 젊은 학생들이나 다루는 것으로 치부하고 일반 사회인들이 외면하고 있어서는 정보화시대에 대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최근 유엔환경특별총회가 열리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보존 및 개발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환경문제는 식량·질병과 함께 인류의 3대 난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에 대한 대책은 첫째 개인차원에서 오염원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 모두가 깊은 인식을 가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교육과 계몽을 통하여 꾸준히 깨우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정부차원에선 개발과 환경보존의 조화, 오염원의 감시, 오염물질의 제거, 방제기술의 개발 등으로 오염의 극소화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끝으로는 국제적인 차원으로서 환경오염은 전 지구의 문제이므로 우리나라도 환경관계 국제기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밖으로부터의 오염 유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쓰레기문제 해결방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인간이 물질생활을 하는 한 산업쓰레기와 생활쓰레기의 배출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쓰레기배출량을 최소로 줄이는 노력이 개인수준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사회일반에 만연되어 있는 낭비풍조와 허례허식에서 오는 과포장 등으로 우리의 경제에 걸맞지 않게 쓰레기 배출량이 많습니다. 따라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근검절약정신의 교육과 계몽을 통하여 낭비풍조를 없애는데 사회지도층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의 경우 쓰레기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물쓰레기입니다. 이를 줄이지 않으면 쓰레기로 말미암은 오염과 쓰레기로 버려지는 식량자원의 낭비는 물론 쓰레기를 정화하는데 드는 비용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통 한식문화는 필요한 곳에선 보존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의 식생활 패턴은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것을 말합니다. 불합리한 낭비는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바로 과학적 생활태도입니다. 끝으로 쓰레기의 제거기술과 재활용기술을 개발해야 하지만 이경우도 자연의 정화기능을 최대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인재육성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과학기술원이 위치한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의 활성화와 산학협동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광주과학기술원을 정부가 광주에 설립한 목적은 첨단과학기술 연구와 인재육성 그리고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연구입니다. 이를 위해 광주과학기술원은 연구의 대형화와 국제화 산학협동 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내의 기업활동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으며 또 단지내 연구기관도 하나뿐이어서 산업단지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산업단지에 기업이 들어서고 활성화가 이뤄지면 광주과학기술원은 지역산업체와 산학협동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경제에도 공헌하게 될 것입니다』<인터뷰=김종구 기자>인터뷰=김종구>
□약력
▲1931년 경남 진주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일본 도오호구(동북)대 대학원 졸업(이학박사)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 자연대학장, 서울대부총장 학술진흥위원회 위원장
▲서울대평의회 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광주과학기술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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